[ 이지현 기자 ] 20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객장은 주식 거래의 중심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이 객장에서 집 앞 컴퓨터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탄생한 뒤엔 손 안의 주식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2014년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 시대가 열렸습니다. 투자자들은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메신저하듯 투자자들과 정보를 얻고 투자 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증권업계와 IT업계는 STS가 향후 증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총 4회에 걸쳐 STS의 현황을 진단하고, STS 선봉장에 서 있는 인물을 만나 전망을 들어봤습니다.[편집자 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형 로펌 변리사, 회계사 출신들이 모여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우리가 제일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했다. 당장 손에 잡히는 수익은 이전 직업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금융과 정보기술(IT)이 만나면 새로운 시너지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소셜트레이딩 애플리케이션(앱) '스넥'을 만든 위버플 이야기다. 스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앱. 증권사 리테일전략팀 사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위버플의 중심에 있는 김재윤 대표(33)를 최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세 아이의 '아빠'인 김 대표의 이력은 회사만큼이나 특이하다.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네이버(당시 NHN)에 병역특례로 입사해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일본,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이 못 하는 사람을 학대하는 일이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면서 결국 '실패한 게임'이 돼 버렸습니다. 그걸 지켜보면서 느꼈습니다. 개발을 잘 한다고 해서 정말 그것 하나만 잘 하면 안 되는 구나.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그래서 바로 회계사에 도전했고 1년 만에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격했다. 회계사로 3년 정도 근무한 뒤 벤처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투자했던 기업이 에스엠, JYP Ent. 등이다.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일은 사실 '검색'입니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디에 진출했는지, 재무제표가 어떤지 등을 검색하는 거죠. 검색에 들어가는 시간만 하루에 2~3시간이 되다보니 내가 찾지 않아도 알아서 정보를 모아주는 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취미삼아 이 기능을 담은 웹을 만들었죠. 저 혼자만 사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엔 아주 후진 웹이었어요. 하하."
이 '후진' 웹이 지금의 스넥 초기 모델이다.
"IT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이란 분야가 생각보다 발달이 안 돼 있어요. 예를 들어 '맛집'을 고를 때는 취향, 예산에 맞는 완벽한 검색이 가능하지만 펀드를 가입할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사람들이 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돈'인데 이와 관련한 정보 검색도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의외죠. 금융에 IT를 붙이면 답이 나올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간 알고 지내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신한은행 글로벌 개발부,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지인들을 모아 위버플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8월 스넥 시험버전을 내놓은 뒤 지난달 정식 론칭했다. 카카오 플랫폼에 실린 '증권플러스'가 소셜트레이딩에 대한 이슈를 선점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사실 증권은 카카오에만 의존하기 힘든 시장입니다. 또 거래를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에 붙인다고 하지만 결국엔 증권사와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저희는 콘텐츠 교환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스넥에선 증권 종목에 대한 모든 콘텐츠와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주식고수(guru)라는 SNS 요소를 집어넣었다. 누구나 앱 안에서 모의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의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일부를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해당 '주식고수'를 친구로 등록하면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은 해당 주식고수와 나누기 때문에 사용자는 누구나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올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주식정보에 최적화된 검색 엔진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일반인이 단순 검색과 지인과의 정보 공유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었던 고급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특허 출원 뒤에는 일본과 미국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기업설명회(IR)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무료 제공하고, 기업공개(IPO) 준비 중인 기업 분석 자료도 공짜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식은 게임과도 같습니다. 즐겁게 해야죠. 맛집 찾듯이 주식 정보를 찾고 블로그에 맛집 정보를 올려놓듯이 포트폴리오를 올려놓는 겁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앱 속 친구들의 실시간 포트폴리오를 보고 지금이 살 때인지 팔 때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죠. STS가 주식에 '재미(Fun)'를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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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 대형 로펌 변리사, 회계사 출신들이 모여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우리가 제일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했다. 당장 손에 잡히는 수익은 이전 직업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금융과 정보기술(IT)이 만나면 새로운 시너지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소셜트레이딩 애플리케이션(앱) '스넥'을 만든 위버플 이야기다. 스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앱. 증권사 리테일전략팀 사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위버플의 중심에 있는 김재윤 대표(33)를 최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세 아이의 '아빠'인 김 대표의 이력은 회사만큼이나 특이하다.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네이버(당시 NHN)에 병역특례로 입사해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일본,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이 못 하는 사람을 학대하는 일이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면서 결국 '실패한 게임'이 돼 버렸습니다. 그걸 지켜보면서 느꼈습니다. 개발을 잘 한다고 해서 정말 그것 하나만 잘 하면 안 되는 구나.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그래서 바로 회계사에 도전했고 1년 만에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격했다. 회계사로 3년 정도 근무한 뒤 벤처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투자했던 기업이 에스엠, JYP Ent. 등이다.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일은 사실 '검색'입니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디에 진출했는지, 재무제표가 어떤지 등을 검색하는 거죠. 검색에 들어가는 시간만 하루에 2~3시간이 되다보니 내가 찾지 않아도 알아서 정보를 모아주는 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취미삼아 이 기능을 담은 웹을 만들었죠. 저 혼자만 사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엔 아주 후진 웹이었어요. 하하."
이 '후진' 웹이 지금의 스넥 초기 모델이다.
"IT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이란 분야가 생각보다 발달이 안 돼 있어요. 예를 들어 '맛집'을 고를 때는 취향, 예산에 맞는 완벽한 검색이 가능하지만 펀드를 가입할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사람들이 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돈'인데 이와 관련한 정보 검색도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은 의외죠. 금융에 IT를 붙이면 답이 나올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간 알고 지내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신한은행 글로벌 개발부,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지인들을 모아 위버플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8월 스넥 시험버전을 내놓은 뒤 지난달 정식 론칭했다. 카카오 플랫폼에 실린 '증권플러스'가 소셜트레이딩에 대한 이슈를 선점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사실 증권은 카카오에만 의존하기 힘든 시장입니다. 또 거래를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에 붙인다고 하지만 결국엔 증권사와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저희는 콘텐츠 교환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스넥에선 증권 종목에 대한 모든 콘텐츠와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주식고수(guru)라는 SNS 요소를 집어넣었다. 누구나 앱 안에서 모의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의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일부를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해당 '주식고수'를 친구로 등록하면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은 해당 주식고수와 나누기 때문에 사용자는 누구나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올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주식정보에 최적화된 검색 엔진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일반인이 단순 검색과 지인과의 정보 공유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었던 고급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특허 출원 뒤에는 일본과 미국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기업설명회(IR)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무료 제공하고, 기업공개(IPO) 준비 중인 기업 분석 자료도 공짜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식은 게임과도 같습니다. 즐겁게 해야죠. 맛집 찾듯이 주식 정보를 찾고 블로그에 맛집 정보를 올려놓듯이 포트폴리오를 올려놓는 겁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앱 속 친구들의 실시간 포트폴리오를 보고 지금이 살 때인지 팔 때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죠. STS가 주식에 '재미(Fun)'를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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