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전격 사퇴] '법조인 장막'에 갇힌 靑, 또 실패한 인사검증에 '패닉'

입력 2014-05-28 21:14   수정 2014-05-29 03:46

국정 대혼선

官피아 척결 등 공직개혁 첫발부터 '삐끗'
두번째 총리후보 낙마…朴 "안타깝다"



[ 정종태 기자 ]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지 6일 만에 ‘전관예우’ 등의 논란 속에 전격 사퇴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안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소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쇄신 동력이 약화돼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구원투수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폭탄’이 돼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구원투수가 ‘폭탄’으로

박 대통령은 6·4 지방선거와 국회 인사청문회 후 새 총리의 제청을 받아 조각 수준의 대폭 개각을 통해 집권 2년차 국정 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으려는 구상이었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를 신설하는 등 총리-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의 트로이카 체제로 국정 운영을 일신하겠다는 정부 조직개편안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안 후보자 지명은 이런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

안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관 유착의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이라는 임무를 수행할 최적의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안 후보자의 낙마로 박 대통령의 이런 국정 운영 구상은 헝클어지게 됐다.

○인사 실패 비판 거세질 듯

총리 후보자 낙마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현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을 둘러싼 언론의 사전 검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안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의 사전 검증 과정에서 자진해서 물러났다.

정부 출범 뒤 1년여 만에 총리 후보자 두 명이 낙마하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수첩에 의지한 깜짝 인사를 버리고 여론의 검증을 받은 인물을 내세우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인사 스타일 대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이렇게 발탁한 안 후보자조차 중대한 흠결로 결국 낙마함에 따라 인사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라는 비판이 다시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의 전격 사퇴를 접한 박 대통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안 후보자가 사퇴 발표 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더 이상 정부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박 대통령은 (이 소식을) 비서실장을 통해 듣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안 후보자 사퇴 직후 김 비서실장 주재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여권 인사는 “자칫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 정부가 집권 중반도 안 돼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진 문책 불가피

안 후보자 사퇴가 인사검증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당장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의 문책이 불가피해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인사위원장인 김 비서실장과 검증을 주도한 홍경식 민정수석 등 인사검증 라인이 모두 검찰 출신으로, 법조인 출신 특유의 ‘집단적 사고’에 갇혀 검증 과정에서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고, 더구나 박 대통령에게 전관예우가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면 김기춘-홍경식 라인의 문책성 경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비서실장이 인사검증 실패 책임을 지고 경질될 경우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의 전면 교체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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