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月 요금 2000원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9월 시작…선곡 제한 대신 가격 ↓…'삼성라디오' 돌풍 예고

입력 2014-05-28 22:31   수정 2014-05-29 06:09

가요·팝·클래식 채널 등 장르별로 음악 감상 가능
다운로드보다 성장률 높아…글로벌 IT 업체들 눈독
월정액 요금 비싼 멜론·벅스뮤직 타격 불가피



[ 김보영/전설리 기자 ]
직장인 이하연 씨(30)는 최근 오랫동안 이용했던 음악 서비스 ‘멜론’을 탈퇴했다.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데도 굳이 음원을 내려받거나 무제한 스트리밍을 이용하기 위해 매달 6000원씩 꼬박꼬박 내는 게 비싸다고 생각해서다. 대신 ‘핫 200 가요’ ‘추억 속 팝’ ‘클래식’ 등 채널을 선택하면 해당 장르의 음악을 틀어주는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앱) ‘비트’에 가입했다.

이같이 선곡된 곡을 틀어주는 대신 이용요금을 무료나 저가로 낮춘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가 최근 미국을 포함한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것도 이런 음악서비스 시장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국판 ‘밀크뮤직’ 내놓는다

삼성전자가 오는 9월 출시할 예정인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삼성라디오’(가칭)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선보인 ‘밀크뮤직’ 서비스의 국내 버전이다. 애플은 앞서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아이튠즈라디오’를 발표해 호평받았다.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음악 다운로드 시장은 쪼그라드는 반면 스트리밍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5년까지 세계 디지털 음원시장에서 다운로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8%에 불과한 반면 스트리밍 시장은 연평균 44.8%의 급성장을 거듭해 시장 규모가 2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좋아하는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는 마니아층은 얇고, 누군가 알아서 선곡해준 음악을 듣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도 글로벌 IT기업들이 스트리밍 라디오에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한 음원업계 관계자는 “각 음원서비스 업체가 보유한 곡은 300만곡이 넘지만 이 중 팔리는 것은 30만~50만곡 정도”라며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는 음악 취향이 특별하지 않은 대다수 일반인을 대상으로 곡 선택권을 제한한 대신 가격을 합리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도 이 트렌드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창업한 국내 벤처기업 ‘비트패킹컴퍼니’도 이 시장의 성장세를 내다보고 앞서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비트를 내놨다.

◆월 2000원에 최신 가요 감상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을 무기 삼아 멜론이 독주하고 있는 음악 시장 ‘판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라디오 요금은 월 2000원 이하로 책정될 예정이다.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서비스 업체들은 일정 개수의 곡을 내려받고 이용자가 검색한 곡을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월정액 요금 6000~1만6000원을 받는다.

국내 음원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을 포함해 KT뮤직의 ‘지니’, 네오위즈인터넷의 ‘벅스뮤직’, CJ E&M의 ‘엠넷닷컴’ 등 기존 음원서비스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낮은 요금을 책정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삼성라디오가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에 해당하는 ‘전송’이 아닌 아날로그 라디오와 비슷한 ‘방송’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송으로 분류되면 스트리밍을 한번 할 때마다 저작권료가 부과되는 건당 과금 방식(PPS)을 적용받게 돼 어마어마한 음원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가 협의 중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음악 저작권 신탁 3단체는 삼성라디오를 ‘방송’으로 분류하기 꺼리고 있다. 김용훈 음저협 전송팀장은 “곡 넘기기(스킵)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돼 있어 일반 방송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방송으로 분류하면 제작자 등 음원 권리자에게 돌아갈 몫도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PPS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론칭하고, 협의는 이어나갈 계획이다.

■ 스트리밍 라디오

장르 시대 가수 등 여러 주제로 분류한 채널을 지정하면 비슷한 종류의 음악이 라디오처럼 계속 흘러나오는 서비스. 이용자가 개별 선곡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업자가 알아서 선곡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보영/전설리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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