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잡은 현대차의 '강남 스타일'

입력 2014-05-29 07:00  

업계 첫 여성 카센터 '블루미' 운영
쉬운 설명에 쾌적한 휴식공간 제공

대치·서초·성내지점엔 예술 접목
車와 예술작품 동시에 감상하게



[ 최유리 기자 ] 자동차를 구매할 때 여성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여심(女心)을 잡기 위한 자동차업계의 구애가 뜨겁다. 여성 고객 비중이 30%에 달하는 현대자동차도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속속 내놨다. 업계 최초로 문을 연 여성 전용 차량 검진센터 ‘블루미’를 비롯해 다양한 테마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수입차와 격전을 펼치고 있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여성 고객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자 마음 알아주는 블루미…‘남친’ 같은 배려

“사실 여자들은 남편에게 차량 점검을 맡겨두는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미혼 여성에겐 블루미가 남자친구 역할을 하는 셈이죠.”

지난 22일 치과의사 강영아 씨(30)는 서울 도곡동에 있는 블루미를 찾았다. 2년6개월째 그랜저(HG)를 몰고 있는 그가 직접 차량 점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스 업체가 1년 넘게 점검을 대신해줬기 때문이다. 강씨는 “남자 동료가 차를 몰아 보더니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며 “동료가 아니었으면 정비받을 시기가 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그런 그가 첫 점검 장소로 블루미를 점찍은 것은 일반 카센터를 꺼린 탓이다. 과잉 정비에 대한 우려, 알아듣기 어려운 설명,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환경이 떠올라 여성이 방문하기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강씨 같은 여성들을 위해 현대차는 철저히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점검 센터를 마련했다. 차량 상태에 대한 상담부터 여성과 눈높이를 맞췄다. 심재동 블루미 매니저는 “여성 고객을 대하는 법에 대한 교육도 따로 받는다”며 “기술적인 용어가 많기 때문에 차량 이미지를 이용해 풀어 설명한다”고 말했다.

여성 맞춤 서비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발레파킹을 해주고 점검 중에는 전용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사랑방에서 모임을 갖거나 북카페를 이용해도 된다. 최근에는 하이힐로 발이 아픈 여성을 위해 슬리퍼를 제공하는 세심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박해정 블루미 운영팀장은 “강남권뿐 아니라 멀리 과천이나 부천에서 오는 고객도 있다”며 “방문객 중 70%가량이 재방문 고객일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오전엔 갤러리, 티타임 후 키즈카페까지…

현대차 대치지점의 H-ART 갤러리, 서초지점의 플라워숍, 성내지점의 카페 등 테마 지점도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차량 전시 공간에 문화를 접목해 전시장 문턱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와 예술 작품이라는 조합을 내세운 H-ART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4개월마다 새로운 테마의 전시를 선보이는 이곳은 현재 김용호 작가의 사진 작품전이 진행 중이다. 차를 한 대라도 더 노출시켜야 할 쇼윈도에도 그의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차량 판매만을 위한 곳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다가가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김영호 현대차 대치지점 차장은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고객이 많은데 차와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인근에 밀집된 수입차 매장과 견줘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용인 수지지점에 있는 로보카폴리 키즈카페는 엄마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캐릭터 로보카폴리로 꾸며진 놀이존과 도서존, 교통안전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교통안전 영상존까지 갖췄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동안 부모들은 편안하게 차량을 둘러볼 수 있게 고안한 전시장이다. 김윤태 현대차 수지지점 부장은 “미취학 자녀를 둔 젊은 부부를 전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며 “어릴 때 장난감으로 자동차를 접한 아이들도 현대차의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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