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국방기술 협력] 네비웍스 '실전형 게임', 기습·은폐·구출…게임으로 실전연습

입력 2014-05-29 07:01  

국내 첫 소부대 전술훈련 시제품 개발


[ 최승욱 기자 ]
중대장으로부터 적군에 사로잡힌 아군을 구출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소대장은 임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전투방법을 구상한 뒤 모의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PC 앞에 앉는다. 전투할 곳과 유사한 지형을 만들고 사용할 무기와 장비를 배치한 뒤 작전 시나리오를 편집한다. 곧이어 소대장과 소대원들은 헤드셋을 쓴 채 PC와 접속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이들은 뛰고 기고 은폐와 엄폐를 반복하면서 가상 적을 향해 총을 쏜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통제관 모니터에는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강평할 수 있는 수치들이 뜬다.

먼 미래 모습이 아니다. 네비웍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PC 기반의 실전형 게임 ‘소부대 과학화 전술훈련 시뮬레이터’가 군에 보급되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공군 조종사가 비행 시뮬레이터로 훈련받으며 야외 기동훈련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육군 장병도 게임을 통해 전장의 실상을 체험하고 팀워크를 다지며 리더십을 익힐 수 있다. 실제 전쟁 환경에 대한 시각과 청각을 경험하면서 쉽게 접근하기 힘든 무기와 장비를 다룰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간접적으로 전투 경험을 키워주는 사이버게임은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지 오래다. 미국은 1960년대 워게임을 도입한 데 이어 1970년대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전투훈련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해외 곳곳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1990년대 이후 다양한 형태로 개발해 파병을 앞둔 장병에게 적용 중이다. 미 육군은 2011년 5700만달러를 들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사막, 동굴 등 파병지역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한 가상현실훈련시스템(Dismounted Soldier Training System)을 개발하고 다음해 102곳에 훈련소를 세웠다. 캐나다에선 훈련용 도구로서의 효과가 증명되었다. 캐나다 군이 2008년 수행한 기갑학교 전차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5주의 사이버전술훈련과 2.5주의 야외훈련을 받은 부대가 5주간 야외훈련만 받은 부대보다 훈련효과가 39% 높았는데도 훈련비용은 44% 덜 들었다.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시뮬레이터 국산화를 시도하고 한국 군에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기 위해 2012년 정부 정보기술(IT) 융합과제로 ‘PC용 군 전술훈련 시뮬레이터’ 과제를 공모했다. 전장가시화 솔루션과 헬리콥터 전술훈련 시뮬레이터 등을 개발했던 네비웍스는 과제수행자로 결정돼 30억원의 개발비를 지원받고 국내 최초로 ‘소부대과학화전술훈련시뮬레이터 ‘리얼배틀스페이스(Real Battle Space)’ 시제품 개발을 최근 마쳤다.

전술훈련시뮬레이터를 사용하면 실제 고도 정보와 위성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지형을 제작하고 훈련에 필요한 지뢰 등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 아군 병사의 실제 전투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가상환경 속 아바타에게 사격능력(특등, 1등, 2등) 체력(특급, 1급, 2급) 등의 특성을 적용한다. 훈련 특성에 맞춰 날씨와 시간도 설정한다.

화면 구성은 신세대 병사들에게 익숙한 FPS게임과 유사하다. 실제 사격처럼 조준점을 이용해 마우스로 사격해야 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기동하게 된다. 훈련의 모든 내용은 실시간으로 저장되며 훈련 종료와 함께 검토할 수 있어 보완할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원준희 대표는 “우리 군도 이른 시일 내 훈련체계로 받아들여 장병들에게 적용해야만 시뮬레이터의 발전과 전력 증가를 이룰 수 있다”며 “IT 강국 위상을 활용해 국산 사이버훈련체제를 동남아 국가나 중남미 지역에 수출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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