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국방기술 협력] 이노시스템 '민군겸용기술개발' 성과…측지용 광학장비…6년 연구 끝에 군 납품

입력 2014-05-29 07:02  

영하 35도에서 작동…충격에도 강해


[ 최승욱 기자 ]
이오시스템(대표 함태헌)은 민수용 측량기 기술을 바탕으로 군에서 쓰기에 적합한 고정밀 측지용 광학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 연내 군에 납품한다. 열상조준경과 단안형 야간투시경 등을 생산하는 이오시스템은 레이저로 거리를 재는 광파거리측정기를 6년간의 연구 끝에 2007년 초 자체 개발했다.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이전을 꺼리는 첨단기술을 확보한 뒤 군수용 시장이 더 유망하다고 판단, 국방과학연구소(ADD) 산하 민군기술협력센터(CMTC)에 민군겸용기술과제로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ADD에서 2007년 말부터 2009년 말까지 7억원을 지원받아 군사 환경에 적합한 제품 개발을 끝내고 ‘우수’ 평가를 받았다.

영하 20도 이상에서 작동했던 민수용 제품을 영하 35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와 부품을 변경했고 진동, 충격, 밀폐 성능도 보강했다. 1.5m부터 2000m까지의 거리를 수㎜ 단위의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는 이 장비가 포병 등에 보급되면 명중률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외국산 장비를 대체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중연 이오시스템 이사는 “군 적용성 개발시험 평가와 운용성 평가를 받으면서 관련 규정이 제대로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며 “민군기술협력진흥센터의 중재와 도움으로 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군기술협력진흥센터는 1998년 민간 및 국방 분야 연구개발 자원을 통합 활용하기 위해 ADD 산하 조직으로 출범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정부 예산으로 개발,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기업에서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우수한 민간 기술이 국방 R&D에 적용될 수 있게끔 힘써왔다.

민과 군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소재나 부품, 장비, 공정,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기술을 얻는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이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적잖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7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효성 주관 아래 327억5000만원의 정부 예산과 기업 연구비가 투입돼 개발에 성공한 고기능, 고성능 복합섬유소재는 브레이크 디스크와 차량용 CNG 저장탱크,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등에 쓰일 전망이다. 향후 연간 6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장수명(長壽命) 박막태양전지 접이식 모듈도 주성엔지니어링 주관으로 2009년 12월부터 오는 10월까지 개발이 진행 중이다. 73억5000만원을 투입한 이 제품이 양산되면 무전기나 관측장비 등의 전원공급장치 등으로 쓰이면서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및 민군기술이전사업 23개 종결 과제를 수행한 58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외 기술 도입 대체, 부가가치 창출, 사회적 R&D 절감 등으로 투자액 대비 15.4배의 효과를 올렸다고 분석했다.

민군기술협력진흥센터는 민군기술협력사업의 참여 부처와 사업 범위를 대폭 넓힌 ‘민군기술협력촉진법’이 시행된 이후 국방기술의 민간 이전과 민수사업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민수 분야 사업화 전담조직으로 신설된 ‘창조국방사업단’을 통합, 민군협력진흥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민원인의 출입이 편리하도록 ADD 건물에서 독립, 4월14일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에 새 사무실을 열었다. ADD 소장이 직할하는 본부급 조직으로 격상됐다.

김인우 민군협력진흥원장은 “기술사업화 전문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해 민수사업화 유망 기술을 집중 발굴하겠다”며 “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민수 적용 연구와 기술 인큐베이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뒤 민간에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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