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씨는 자신의 절도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항소심 법원에 서면을 낸 바 있어 상주본의 존재가 확인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는 29일 훈민정음 상주본을 한 골동품업자의 민속당에서 훔친 혐의로 기소된 배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타인의 민속당에서 발견한 고서가 국보 제70호와 동일판본인 훈민정음 해례본임을 알고 있었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사전에 고서의 가치와 문화재 지정절차를 (당국에) 문의하고 절취 4일만에 지방 방송국에 공개한다는 건 이례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2008년 배 씨가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세상에 공개했다. 하지만 얼마 뒤 상주의 골동품 업자 조용훈(2012년 사망) 씨가 '배 씨가 상주본을 내게서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민·형사 소송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2011년 조씨가 제기한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배씨가 조씨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간 점이 인정된다'며 조씨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숨진 조씨는 '상주본을 되찾으면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주본을 실제로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씨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상주본을 숨긴 채 내놓지 않았다.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의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으로 판명돼 '상주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갖게 할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또 민사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이 공소사실의 유력한 인정 자료가 될지라도 형사재판에서 반드시 구속을 받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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