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큰손' 모리츠 회장 "쿠팡 가치 10억弗"
[ 임현우 / 박영태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회사 세쿼이아캐피털이 국내 대표적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 1억달러(약 1020억원)를 투자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세쿼이아캐피털에서 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세쿼이아캐피털이 주도했으며 쿠팡의 기존 주주인 그린옥스, 로즈파크, 론치타임 등이 일부 참여했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쿠팡이 ‘차세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10억달러(약 1조200억원) 안팎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캐피털 회장은 “한국의 e커머스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쿠팡은 세계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쿠팡은 2010년 8월 설립됐으며, 지난해 거래액(소비자 구매액 합계)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스마트폰을 통한 구매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모바일 쇼핑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36)는 “이번 투자는 실리콘밸리 유수의 투자회사들이 중국에 이어 한국 기업을 재조명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투자받은 돈은 급성장하는 e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외에도 시스코, 오라클, 야후, 링크트인, 자포스, 드롭박스 등의 사업 초창기 때 투자자로 참여했다. 혁신적 사업 모델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세쿼이아가 일단 투자하면 다른 군소 벤처캐피털이 줄줄이 따라갈 정도로 독보적 위상을 가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모리츠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테헤란로 쿠팡 사옥을 방문해 투자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문가가 엄선한 상품을 판매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나 고객 만족에 세심하게 집중하는 경영 철학 등이 인상적”이라고 했다고 쿠팡 측은 전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고객을 ‘매출’과 연관 짓는 것을 ‘금기’로 여길 정도로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다고 쿠팡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쿠팡의 한 직원은 “판매가 종료된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에게 다른 쇼핑몰을 소개해줬는데 김 대표가 그를 크게 칭찬했다고 한다. 운동화를 주문한 소비자가 “해외 출장 전 배송받고 싶다”고 하자 쿠팡 직원이 인천공항까지 찾아가 직접 전달해준 사례도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7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본사에서 3년간 근무했다. 그는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그루폰에 매료돼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하버드비즈니스스쿨(MBA)를 중퇴하고 2010년 헤지펀드 투자자 등으로부터 받은 200만달러를 종잣돈으로 쿠팡을 창업했다.
그는 “설립 초기에는 직원 채용도, 투자 유치도 힘들어 스타트업으로서 현실의 벽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불리는 세쿼이아캐피털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임현우/박영태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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