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핵심은 '양' 아닌 '간결함'
열정 이끌어낼 진심 보여준다면 칭찬보다 호통이 효과적일 수도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딜레마의 경영이고 모호함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리더십 패러독스를 연구한 리처드 파슨은 이에 대해 “극과 극은 서로 통하며 서로를 개선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경영학의 파괴적 선구자로 불리는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모두가 리더가 되기만을 바랄 뿐 훌륭한 관리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탄한 바 있다. 관리를 일상적이며 흔해빠진 것으로 여기는 반면 리더십을 고상하고 더 중요한 것으로 맹종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리더십 개발과 관련해서는 ‘훈련’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 훈련이라는 것은 모두 똑같은 기술을 배우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비슷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하지만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은 지식의 획득이나 기술의 반복 숙달로 전문가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 좋은 리더십은 타고난 리더십 잠재력을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훈련이 아닌 교육이 중요하다.
소통을 강조한 나머지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많아야 좋다는 오해가 있다. 물고기떼나 새떼의 군무(群舞)는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 경이롭다. 이는 간단한 몇 가지 신호와 의사결정 법칙을 공유한 결과다. 이미 각종 회의나 이메일, 전화 등 커뮤니케이션의 양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리더가 주목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양’이 아니라 ‘정확’과 ‘간결함’이다.
칭찬에 대한 오해도 있다. 칭찬은 사실 동기부여 효과가 제한적이다. 특히 의도를 가진 칭찬은 효과가 반감된다. 의도를 간파한 사람을 언제든지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잘하긴 했는데 좀 더 빨리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일관성 없는 칭찬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예의를 차리는 칭찬 몇 마디로 감정적 친근감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직원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기보다 한 번 맡겼으면 기다릴 줄 알아야 좋은 리더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직원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다소 오해하는 것이다. 리더십의 핵심은 관계가 아닌 성과다. 상사가 함께 고민할 때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법이다. 애플이 혁신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주요 제품에 관한 테스트와 실험에 최고 경영진이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임파워먼트의 외형적 모습이 아니라 리더의 관심이다. 방임이 아닌 고도의 관리는 리더의 세밀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리더십 오해에 빠지는 것은 리더십을 ‘기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부하 직원을 다루는 방법이 아니다. 리더에게는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할지보다는 ‘왜 그렇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솔직한 반응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리더의 진심이다. 정말로 동료와 부하 직원을 존중한다면 그런 느낌은 인위적인 기법 없이도 충분히 전달되는 법이다.
‘호통경영’으로 유명한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칭찬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반대로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예외 없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크게 질책하지만 최고의 동기부여자로 통한다. 한번 질책한 사원은 두세 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몰래 부모나 아내에게 그 직원의 노고에 대해 감사해하는 친필 편지를 쓰는 등 진심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ingoo@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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