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의 일본, 기껏 이 판에 대북유화책인가

입력 2014-05-30 20:31  

일본이 북한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재조사를 시작하면 대북제재도 풀고, 대북지원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또 조사 진전 결과에 따라 아베 총리가 연내라도 방북하고, 북·일 국교정상화까지 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시점에서 대북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일본의 돌출 행동이 참으로 놀랍다. 물론 일본인 납치문제가 중대 현안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일과 중국이 북한을 핵포기를 위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공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북핵 폐기에 진전이 없고, 북은 오히려 4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중이다. 대북압박을 위한 공조를 더 강화해야 할 때다. 이런 시기에 일본이 한·미와 사전 협의도 없이 북한에 대북송금 및 휴대금액 제한 규제,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같은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여기에 대북지원, 국교정상화 추진 등 유화책을 덜컥 약속했다. 그것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핵심인 캐치올(catch all) 조항 등에 대한 위반소지가 큰 합의다.

이런 일본의 독단에는 여러 정략적 저의가 깔려 있다고 본다. 당장 과거사 문제, 영토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북관계를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자국 내 반대 여론을 무마해보려는 고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잔꾀는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북측에 핑계를 만들어주고, 국제공조에는 금이 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본이 대북제재를 풀면 중국이 북을 압박할 수 없게 된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 정부가 성급하게 약속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고착되면 일본이 핵무장으로 갈 것이라고 의심받고 있는 터다. 위험한 불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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