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활기찬 꽃할배의 삶 열어야
박용주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
세대를 넘어, 세계가 공감하는 아이콘이 된 걸까. 이번엔 할리우드 꽃할배들이 나섰다. 왕년의 명배우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더 반가운 영화 한 편(라스트베가스)이 얼마 전 개봉했다. 배우 넷의 나이 합이 무려 280세란다. “내 머리로는 몸이 늙어가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읊조리면서도 결코 나이를 탓하지 않는다. 나이 듦을 서글퍼하기보다 여전히 이팔청춘인 마음이 시키는 대로 즐기는 할배들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었다.
우리 할배들도 드라마(꽃할배 수사대) 주연을 꿰찼다. 클럽에서 한바탕 몸을 흔들고, 아이돌에 열광하는 그야말로 별에서 온 노인들이다. 과감하게 변신한 노배우들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노인들이 당당히 주인공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로 주변인에 머물렀던 이들이었다. 그간 대중매체 속 노인의 모습이 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이고 무기력한, 또 희화적 존재로 그려졌음을 생각하면 분명 고무적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노인들에게선 관록과 지혜,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보이고, 삶 곳곳에 자리한 키치(kitsch)적인 요소에 열광하는 어린 친구들도 생겼다.
문제는 ‘꽃할배’와 ‘일반 할배’ 사이의 괴리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 ‘꽃할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사회에서 존경받던 선배들도 은퇴한 뒤엔 소파에 드러누워 하루 종일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먼저 마주하게 되니 말이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만 했지 정작 자신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써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늙었다고 기죽지 말고 이제라도 ‘꽃할배’처럼 살맛 나는 노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먼저 궁리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더 이상 흘러가는 시간에 남은 인생을 맡기지 말고, 나만의 노년상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자.
박용주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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