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수/오상헌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30일 오후 4시47분
금융감독원이 한맥투자증권의 코스피200옵션 주문 실수로 이득을 본 미국계 헤지펀드 C사에 대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불공정거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예비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국내 모든 증권사에 “C사와 거래를 끊으라”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한맥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대한 정밀 감사에 착수했다.
▶본지 5월28일자 A25면 참고
금감원은 최근 거래소 및 국내 증권사 해외영업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고 “C사는 비상식적인 거래 행태로 국내 파생시장의 안정성을 떨어뜨렸다”며 “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에 근거해 C사가 당분간 국내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거래소는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NH농협증권, BS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C사의 국내 위탁계좌를 운영하고 있는 3개사에 대해 “C사의 신규 주문을 받지 말라”고 권고했다. 다른 증권사에 대해선 “C사의 신규 계좌개설 요청을 거부해달라”고 당부했다.
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124조 5항은 ‘회원 증권사는 공익, 투자자 보호, 시장 거래질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거래의 수탁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C사의 행태가 공익 및 시장질서 안정을 해쳤던 만큼 수탁 거부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업체가 국내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위해선 국내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만큼 이번 조치는 사실상 C사의 ‘한국 파생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한맥은 작년 12월12일 직원 실수로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코스피200옵션 상품을 팔고, 비싼 값에 사들여 단 2분 만에 462억원의 손실을 봤다. 주문 실수를 노리고 비상식적인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놓은 C사는 단번에 36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감사원도 지난 28일부터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 감사에서 한맥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짚는 ‘현미경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한맥으로부터 주문 실수 관련 자료는 물론, 한국거래소의 대처 과정에 대한 자료도 모두 넘겨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C사가 거둔 비정상적인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라며 “부담을 느낀 C사가 수익금을 반환할 경우 한맥이 파산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맥은 주문 실수 여파로 부채가 자산을 311억원 초과해 올 1월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됐다. 6개월 영업정지 조치도 받았다.
황정수/오상헌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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