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기 기자 ]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보수 성향의 고승덕 후보가 ‘딸의 페이스북 폭로’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여야 모두 돌발 변수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여야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선거 막판 선거 판세를 뒤흔들 만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당 소속 후보들뿐만 아니라 의원 등에게 ‘주의보’를 내렸다.
실제 역대 선거에서도 막판 표심을 뒤흔든 대형 사건이 적지 않게 터졌다. 특정 정당 또는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1992년 14대 대선 막바지에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 터졌다. 당시 김기춘 법무장관(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여권 인사들이 초원복집에 모여 “지역감정을 자극해 영남권 득표율을 높이자”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통일국민당 측이 도청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녹취록이 공개된 뒤 위기감을 느낀 영남 유권자와 보수 세력이 오히려 결집하면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투표일 사흘 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권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115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인들은 투표장에 안 나오고 집에서 쉬셔도 좋다”고 말해 노인표를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에도 막판에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 출신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 논란이 빚어져 야당인 민주당이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 완패하는 데 단초를 제공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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