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역세권 소형주택·상가 노후투자처로 유효"

입력 2014-06-02 07:00   수정 2014-06-02 14:04

Money Plus - 고수에게 듣는다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펴낸 박원갑 <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

'우리동네 최고'·'집 잘 샀을까' 심리적 요인이 부동산값 큰 영향

부동산시장 저성장시대 진입…日 거품붕괴 답습 가능성 낮아

집은 사고파는 투자재 아닌 가족의 '행복안식처'로 인식을



[ 김진수 기자 ]
“그동안 ‘재테크의 마법’에 걸려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당수는 가격을 맹신한 나머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부채와 수익의 균형점을 찾고 집에 대한 생각도 투자재에서 행복 안식처로 바뀌어야 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49)이 지난 4년간 시장 참여자의 의식구조, 행동패턴, 편향 등을 파헤친 끝에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RHK발간)란 책을 내놨다. ‘부동산 성공 법칙’ ‘부동산 미래쇼크’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대표적 부동산 시장 분석가인 박 위원은 “지난 세월의 상흔을 보듬고 더 이상 부동산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며 심리학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본 이유를 설명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편향들

박 위원은 부동산 시장을 보는 틀이 왜곡(편향)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게 ‘우리 동네가 최고다’라는 인식이다. 자주 접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가치를 더 부여한다는 얘기다. 심리학적으로는 ‘단순 노출 효과’로 설명한다. 박 위원은 “평범한 야산도 정이 들면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안락하게 느낀다”며 “우리 동네, 우리 집이 익숙해지면서 가치 있는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때도 대부분 집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을 잘 샀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도 수요자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는 “주변 지인들한테 물어보고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며 “매수자가 충동구매를 하기 때문에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막상 집을 팔 때가 되면 나중에 후회할까봐 선뜻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집을 판 돈을 갖고 있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동네 집값이 꿈틀댄다는 소식에 집을 잘못 판 것 같고 부동산을 다시 사야 하는 것 아닌지, 주식에라도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지 조급해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시간적(절대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가 다른 점도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충남 천안에서 서울까지 KTX로 30분대면 도달할 수 있지만 천안은 심리적으로 여전히 충청권이다. 박 위원은 “교통이 개선되면 시간적 거리는 단축되지만 심리적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이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부동산 가격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스위트 홈’으로 재탄생해야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떨까. 박 위원은 부동산시장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잠재성장률 하락, 주택보급률 확대, 주력 소비층인 베이비 부머의 은퇴, 30대 젊은 층의 구매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겹쳤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저성장시대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앞서기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역사적으로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한국이 일본을 답습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부채와 수익의 균형을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를 안고 투자한 중대형 아파트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박 위원은 “집주인이 그동안 전세보증금은 부채라기보다 무이자 차입금으로 인식해왔다”며 “앞으로 역전세난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부채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금 흐름을 투자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수요가 풍부한 역세권의 소형 주택이나 상가 등이 노후 투자처로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과거에는 과수원을 평가할 때 땅과 나무로 따졌지만 지금은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더 중요합니다. 부동산도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주하는 집은 사고파는 ‘하우스’라기보다 온 가족의 행복 공간인 ‘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초등학생이 횡단보도를 안 건너도 학교를 오갈 수 있고, 햇볕이 잘 들어 화초를 키우기 좋으며, 출퇴근이나 산책하기 좋은 장소(집)라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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