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선거'로 노련한 승부사 면모 보여
카톡 친구 등 100만명…소통 리더십 장점
[ 이호기 기자 ]
6·4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현직 프리미엄에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으면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꼽혀온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제친 것으로 분석됐다.
정 후보는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전인 4월 초만 해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자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등 접전을 벌였다. 지난 4월1~3일 YTN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43.8%의 지지율을 얻어 박 당선자(42.7%)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보였다. 이후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정 후보의 막내아들이 세월호 유족을 겨냥해 “미개하다”고 표현한 페이스북 글까지 논란이 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9~12일 JTBC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30.5%의 지지율을 얻어 박 당선자(45.9%)와의 격차가 15.4%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지난달 12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의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정식 후보로 뽑혔으나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반감됐다. 정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뒤 지하철 공기질 문제와 ‘농약 급식’ 등 박 당선자의 아픈 곳을 찌르며 반전을 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도 10%포인트 정도로 줄었으나 끝내 박 당선자의 아성을 허물지 못했다.
박 당선자는 ‘세월호 참사’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자 ‘조용한 선거’를 선언하는 등 노련한 승부사 면모를 보여줬다. 선거 초반 정 후보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재추진 공약이 호응을 얻자 이에 대응해 영동권 국제 복합교류지구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강남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성공한 시민운동가에서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변신한 박 당선자는 꼼꼼하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 당선자는 스스로 지난해 10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만큼은 더 이상 손댈 게 없는 완벽주의로 가야 한다”며 “깨알 같은 꼼꼼한 행정으로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가 지난 2년8개월 재임기간 중 가장 잘했다고 꼽은 정책도 부채 감축이다. 박 당선자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부채를 이미 3조5000억원 줄였고 연말까지 7조원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당초 연간 320억원의 적자가 예상됐지만 내부에 고급 상가를 유치하면서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소통의 리더십도 박 당선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박 당선자의 ‘카페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트위터)’ 친구는 100만명이 넘는다. 지난달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처럼 큰일이 터지면 하급 직원까지 참여하는 ‘카톡방’을 열어 의견을 주고받는다. 70회 이상의 정책 토론회, 자치구 현장시장실 운영, 119회의 현장 방문, 7000여건의 행정정보 공개, 시민청과 시민발언대 운영, 참여예산제 도입 등 성과도 많이 냈다.
박 당선자의 2기 시정도 1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자는 지난달 15일 출마선언에서 “사람이 우선인 새로운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도시안전 예산 2조원 추가 확보 △시장 직속 재난 컨트롤 타워 설치 △초미세먼지 20% 이상 감축 △지하철 노후차량 및 시설 전면 교체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등의 공약을 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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