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공략' 삼성전자, 반스&노블과 손잡았다

입력 2014-06-06 21:34   수정 2014-06-07 03:39

'갤럭시탭4 누크' 생산키로

삼성 '콘텐츠·태블릿 판매망' 두 토끼 잡아



[ 김태훈 기자 ]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서적 유통업체인 반스&노블과 손잡고 전자책(e-book)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반스&노블은 5일(현지시간) ‘갤럭시탭4 누크’란 공동 브랜드의 태블릿PC를 생산하는 제휴를 체결했다. 갤럭시탭4 누크는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PC인 ‘갤럭시 탭4’에 300만권 이상의 책을 볼 수 있는 반스&노블의 누크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생산될 예정이다. 오는 8월 초부터 미국 전역 700여개 반스&노블 매장에서 판매된다.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와 출판 유통 분야 강자인 반스&노블의 제휴는 미국 전자책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자책 시장은 2017년 82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종이책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선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킨들’과 태블릿PC인 ‘킨들파이어’를 판매하는 아마존이 가장 앞서 있다. 애플도 ‘아이패드’와 전자책 서비스 ‘아이북스’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반스&노블은 그동안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누크를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제휴로 반스&노블은 전자책 전용단말기 대신 삼성의 태블릿PC를 활용해 전자책 시장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와 반스&노블의 제휴는 두 회사 모두에 윈윈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애플과 비교해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분야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음악과 전자책은 하드웨어 의존을 줄이기 위해 삼성이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여온 분야다. 음악 분야에선 최근 미국에서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인 ‘밀크뮤직’을 새롭게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반면 전자책 분야에선 아마존, 애플 등 미국 업체들의 입지를 좀처럼 흔들지 못했다.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삼성 북스(옛 리더스 허브)’ 플랫폼을 만들어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반스&노블과의 제휴로 콘텐츠와 태블릿 판매망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자체 전자책 브랜드가 약화될 수 있는 것은 단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음악, 전자책 등의 콘텐츠 서비스는 나라별로 언어와 정서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 따라 제휴 방식과 자체 서비스 방식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스&노블은 99달러 가격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누크’를 선보였으나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신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올초에는 분기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며 누크 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됐다. 당시 반스&노블은 철수설을 일축하며 “세계적인 하드웨어 업체와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스&노블이 ‘위기탈출 파트너’로 택한 하드웨어 업체가 삼성인 셈이다.

외신들은 하드웨어 생산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반스&노블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아마존이 하체트 등 대형 출판업체들과 전자책 가격책정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도 반스&노블에는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을 견제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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