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거래로 '검은 이득' 꿈도 꾸지마!…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 '수사 정조준'

입력 2014-06-08 20:32  

글로벌 금융리포트

유명 골퍼 미켈슨 공개 수사…FBI, 심리적 압박 수위 높여
지금껏 가장 엄한 처벌은 11년刑…SAC 관련자는 20년刑 가능성



[ 뉴욕=유창재 기자 ] 지난달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에 있는 뮤어필드빌리지 골프클럽. 라커룸을 나서는 프로 골퍼 필 미켈슨에게 두 명의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이 다가왔다. 이들은 미켈슨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제공한 불법 내부자 정보를 바탕으로 가정용 세제업체 클로락스 주식을 거래해 부당 이득을 챙겼는지 수사하는 중이었다.

이날은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 대회 첫째날. 톱스타 골퍼가 FBI로부터 조사받은 모습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자 월스트리트뿐 아니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게다가 유명 프로 도박사 윌리엄 빌리 월터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는 순식간에 전국 뉴스로 부상했다. 세기의 사건이 될 수도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를 겨냥한 첫 내부자거래 수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전방위로 확대되는 내부자거래 수사

이날 FBI의 출현이 비상한 관심을 끈 건 이들이 꼭 PGA 골프 대회에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FBI는 이미 1년 전 미켈슨을 뉴저지의 한 공항에서 만나 한 시간 동안 조사한 적이 있었다. 미켈슨과 그의 변호사는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FBI가 굳이 골프장을 찾은 첫 번째 이유는 ‘미켈슨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두 번째는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이건, 팬들의 사랑을 받는 골프선수이건 내부자거래 수사는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칸과 미켈슨만큼 알맞은 수사 대상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FBI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미국 수사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부자거래 수사에 더욱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번 수사는 당국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투자 사실 공표만으로도 주가가 치솟는 경우가 많다. 공표 전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하면 정보를 얻은 사람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FBI는 아이칸이 2011년 7월 클로락스 인수 제안을 발표하기 나흘 전 미켈슨과 월터스가 대규모 옵션거래를 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점점 더 강해지는 처벌 수위

미국의 내부자거래 수사는 범위도 확대되고 있지만 처벌 수위도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현재까지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사람은 헤지펀드 갤리온의 설립자 라즈 라자라트남이다. 라자라트남은 2008년 9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정보를 당시 골드만삭스 이사였던 라자트 굽타 전 맥킨지 파트너로부터 입수해 6000만달러 이상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그는 2011년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11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펀드는 물론 공중 분해됐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SAC캐피털의 전 펀드매니저 매튜 마토마는 더 긴 형량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마토마는 제약회사 엘란코프의 알츠하이머치료제에 대한 내부자 정보를 토대로 SAC가 2억7600만달러를 벌도록 도왔다. 이 거래로 마토마는 93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기도 했다. 법원은 그의 형량이 최소 15.7년에서 최대 19.6년에 달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수사당국은 SAC캐피털 설립자인 스티브 코언 회장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불법 혐의를 잡지 못한 상태다. SAC캐피털은 지난해 외부 투자금을 모두 돌려주고 코언의 재산만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최대 내부자거래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2004년 징역 5개월에 보호관찰 2년, 벌금 3만달러를 선고받은 바 있다.

내부자 거래의 범위’ 논란도 가중

수사 범위가 넓어지고 처벌도 강화되면서 ‘어디까지를 내부자거래로 볼 것이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이 최근 제약회사 엘러간 지분 9.7%를 사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크먼은 지난 2월 엘러간의 경쟁사인 밸리언트 그룹에 접근해 “계획 중인 인수합병(M&A)이 있다면 돕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마이클 피어슨 밸리언트 최고경영자(CEO)는 엘러간을 타깃으로 지목했다. 애크먼은 즉시 엘러간 지분 40억달러어치를 사들였고 열흘 뒤 이를 공표하자 엘러간 주가가 급등, 막대한 장부상 차익을 얻었다. 5% 이상 주식을 취득한 경우 열흘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교묘히 활용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애크먼이 밸리언트 그룹의 적대적 M&A 계획을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얻은 만큼 내부자거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애크먼은 “정보 취득과 투자 과정은 합법적”이라고 반박했다. 거래 당사자 간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내부자 거래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부자 정보를 소유하게 됐다면 이를 즉시 다른 투자자들에게 공표해야 하며, 해당 기업의 이익 때문에 공표하지 못할 경우 투자도 하면 안된다’는 이른바 ‘정보소유 이론’을 도입해야 하느냐가 핵심 이슈다.

■ 내부자 거래

insider trading. 기업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중요한 비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행위. 정보를 유출한 사람과 취득한 사람, 부적절하게 알게 된 정보를 토대로 증권을 거래한 사람 모두 처벌받는다. 반면 기업의 이사, 임직원 등 내부자가 일상적으로 회사의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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