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입맛 바꾼 중국, 해외 식음료기업 '사냥'

입력 2014-06-08 21:06  

이스라엘·싱가포르 기업 인수
FT "경제중심 소비로 변화"



[ 김동윤 기자 ] 중국 기업들이 최근 해외 식음료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과거 에너지·인프라 등 자본재 분야 기업을 주로 사들이던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투자’에서 ‘소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의 전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중 식음료 분야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17%(금액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에너지·인프라 분야의 해외기업 M&A(20%)와 비슷한 규모다. FT는 “작년까지만 해도 에너지·인프라 분야 해외 기업이 중국 기업의 주요 M&A 타깃이었는데 올해부터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식품유통 국유기업인 광밍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대표적 식품업체 트누바(Tnuva)를 16억달러에 인수했다. 트누바는 이스라엘에서 시장점유율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분유 요구르트 와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의 사모펀드(PEF)가 40억달러를 들여 싱가포르의 식품업체 노블애그리를 사들였다.

중국 기업이 식음료 분야로 M&A에 눈을 돌리는 것은 중국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음식을 대하는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는 과거보다 높아진 반면 자국 기업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쯔중양 노무라증권 중국법인 대표는 “지갑이 두둑해진 중국의 중산층은 먹거리의 질과 안전성을 갈수록 중시하는 반면 중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한다”며 “이 같은 수급상의 불일치 때문에 해외 식음료 기업에 대한 M&A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식음료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M&A 증가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해외 M&A 승인 거래액 기준을 1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상향 조정해 소규모 기업의 인수를 쉽게 하도록 한 것도 해외 M&A 증가에 일조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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