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활성화 위해 잠자는 '초과배정옵션' 깨운다

입력 2014-06-08 22:08  

공모물량 추가 수요 있을때
주관사가 15% 추가 배정
기업 추가 자금조달 효과

대주주 지분율 감소 우려에
2002년 도입 후 활용 안돼



[ 허란 기자 ]
사실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초과배정옵션제도’를 활성화해 침체된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이 추진된다. 초과배정옵션제도는 상장 주관사가 기관투자가에 당초보다 많은 물량의 공모주를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코스닥 상장시 주관 증권사가 초과배정옵션 계약을 체결하면 발행주식 보유 의무(3개월간 발행주식의 3% 보유)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초과배정옵션 활성화 방안을 최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또 대주주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초과배정옵션 설정에 따른 주식대여 수수료를 주관사가 부담하는 방안도 넣었다.

초과배정옵션제를 활용하면 상장 후 1개월 동안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아지는 경우 주관사는 옵션을 행사해 15%만큼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고, 이 주식으로 대주주에게 빌린 차입분을 갚게 된다. 발행회사는 15%만큼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주관사는 추가 인수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하는 경우에는 주관사가 시장에서 공모주를 매수한 뒤 대주주에게 상환하게 된다. 증권사가 시장의 물량을 소화해줌으로써 주가를 어느 정도 지지해주는 효과가 있다. 증권사도 기관에 판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되사서 최대 주주에게 상환하는 것이어서 이득이다.

초과배정옵션제는 2002년 도입됐지만 2010년 이후로는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 도입 초기 4년간 IPO 264건 중 13건(4.9%)이 초과배정옵션을 체결하는 정도에 그쳤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초과배정옵션제 활용도가 높다. 작년 해외 증시에 상장된 트위터, 선토리음료를 비롯해 페이스북, 프라다 등 글로벌 대형기업이 상장할 때 초과배정옵션이 활용됐다.

국내에서 초과배정옵션제가 사문화된 것은 주로 대주주 지분율이 줄어들 것이란 대주주 측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한 종목의 주가 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관행도 제도 활용도가 낮은 이유로 꼽힌다.

외국에선 초과배정 물량을 대주주로부터 차입할 필요가 없는 무차입공매도로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매도시 무차입을 허용하지 않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무차입공매도 방식의 초과배정옵션은 실물에 기반한 주식거래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시 주관사가 발행주식의 3%를 3개월간 의무보유하는 것을 부담으로 느끼는 중소형 증권사가 많다”며 “초과배정옵션 방식으로 상장 후 주가를 지지하는 경우 의무보유를 면제해주면 옵션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감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상장 주관사의 발행주식 보유의무가 없어 코스닥과 같은 인센티브를 마련할 수 없다”면서도 “코스닥시장에서 초과 배정옵션이 활성화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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