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27일 한국경제신문
온실가스는 온난화를 초래하는 기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를 놓고 정부와 산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을 발표했는데 기업들은 감축량이 과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이다.
잘 알다시피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대기권에 존재하는 기체 중 지구의 복사열인 적외선을 흡수해 지구로 다시 방출하는 특성을 갖는 기체를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으론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 △육불화항(SF6) 등 6종이 온실가스로 꼽힌다. 이가운데 HFC, PFC, SF6 등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인간이 합성한 가스다.
탄소는 주로 에너지 연소 및 산업 공정에서, 메탄은 폐기물과 가축의 방귀 및 축산 분뇨 등에서 나온다. N2O는 산업 공정과 비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HFC, PFC, SF6 등은 냉장고나 에어컨 등의 냉매, 반도체 공정, 소화기나 스프레이 분사체 등으로부터 배출된다. 온실가스 중 탄소 비중이 80% 이상이다.
이들 가스가 대기중에 존재하지 않으면 복사열이 바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버려 지구의 온도가 평균 섭씨 33도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인류 입장에선 고마운 기체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 온실가스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산업화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 복사열을 막는 수준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지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구 생태계가 변하며, 각종 기상이변이 일어나는 게 바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거론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탄생
지구온난화는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보고서 발간과 스톡홀름 유엔 인간환경회의 개최로 지구적 이슈가 됐다. 이후 1979년 제1차 세계 기후회의,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설립 등에 이어 1992년 리우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국제 환경협약이 맺어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본격화됐다. 리우환경협약(유엔 기후변화협약, UNFCCC)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 190여개국이 모여 체결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이다. 상승 추세에 있는 대기중 온실가스 중 농도를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에 가입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국가를 당사국(Party)이라고 하며, 이들 국가들이 매년 한 번씩 모여 협약의 이행방법 등 주요 사안들을 결정하는 자리를 당사국 총회(COP·Conference Of the Parties)라고 한다. 당사국 총회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고 할 수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1995년 이후 매년 회의를 열어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방식을 결정했는데, 그중 중요한 회의가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 총회다. 이때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됐다. 2005년 발효된 이 의정서는 2008~2012년 선진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12년 16차 당사국 총회에선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온실가스 감축 나선 정부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업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토록 하고 만약 할당량보다 더 배출할 경우 주식시장과 같은 온실가스 거래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한 제도다. 거꾸로 할당량보다 덜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시장의 유인(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보자는 뜻이다.
배출권 거래제의 근거는 교토 의정서다. 교토 의정서가 발효된 2005년 유럽연합(EU)이 회원국 내 1만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는 별로 순탄치 않았다.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2020년에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30%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대상업체는 대규모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부문 및 업종 소속 중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검증이 가능한 업체다. 산업, 공공·폐기물, 건물, 수송, 전환(발전·에너지) 등 5개 부문 23개 업종이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이 가운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 기업 전체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총 16억4000만t으로 정하고 업종별로 배출량을 할당했다. 이어 7월까지 할당 대상 업체를 지정하고, 8월 말까지 할당 신청을 받아 10월에 개별 기업의 배출권 할당량을 정할 계획이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는 2018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보다 강도 높게 시행할 방침이다.
“국내에 공장 못 세워” 반발하는 재계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재계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2015~2017년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으로 제시한 16억4000만t이 현실을 너무 모르고 나온 수치라는 주장이다. 배출 허용량은 일정 시점에서 장래 배출량을 전망해 결정한다. 이게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이다. 환경부가 이번에 사용한 BAU는 2009년 자료다. 산업계는 2009년 이후 수많은 공장이 증설돼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늘었는데 2009년 과소 전망된 온실가스를 근거로 배출 허용량이 정해져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장 가동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위해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 중인 유럽연합(EU)의 2010년 배출권 평균 가격인 t당 2만1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향후 3년간 모자란 배출권을 사기 위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돈은 총 5조9762억원에 이를 것으로 산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배출권을 팔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어 시장에서 배출권 구입이 어려우면 과징금을 낼 수밖에 없는데, 과징금 상한선인 t당 10만원을 더하면 부담액이 총 28조4591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단체들은 “정작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8.6% 차지), 미국(15.1%), 일본(3.8%) 등에서도 전면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배출 비중이 1.8%에 불과한 한국이 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EU 28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카자흐스탄 등 38개국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경쟁국은 일부 주나 지자체만 도입한 실정이다. 더구나 교토 의정서 체제가 2011년 사실상 와해된 뒤로 현재 2020년 이후에 선진국과 개도국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신기후체제가 들어서면 그간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은 인정받지 못한 채 202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다시 감축량이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처럼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제품 가격에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비용을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행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이다.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면 서로에게 이득이지만, 다른 국가에 그 책임을 떠넘기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지구온난화는 소빙하기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도 온실가스 감축 행보의 걸림돌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공장을 국내에 세울 수 없을 정도까지 돼선 곤란하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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