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오상헌 기자 ] 낡은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던 ‘은행이 소유한 건물의 50% 의무 사용 비율’이 폐지된다. 보험사나 증권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법에서 허용하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고, 여러 종류의 금융업도 함께할 수 있게 된다. 자산운용업계의 해외 투자를 가로막아왔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도 사라진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금융규제 개혁’ 추진계획을 9일 발표했다.
▶본지 4월1일자 A1, 3면 참조
○자산운용사 NCR 비율 폐지
금융위는 자산운용사의 건전성 평가 도구를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서 ‘최소자본금 규제’ 등 다른 지표로 바꾸기로 했다. NCR이 자산운용사의 건전성 평가 잣대로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150%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위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는다.
금융위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NCR 적용을 없애는 대신 최소자본금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예컨대 종합 자산운용사로 인가받은 업체의 경우 해당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자본금 규정인 80억원 이상을 유지하는지만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런 식으로 규제를 합리화하면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진출 금융사는 ‘전업주의’ 예외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현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국내법상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산분리가 적용되지 않으면 대기업(산업자본) 계열 금융회사의 해외 현지법인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내법상 전업주의 적용 배제로 현지법인이 아니라 지점만 갖고 있어도 현지법이 허용하면 증권업 등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내 은행의 현지 법인이 해외에서 증권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명확히 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는 해외 은행을 인수한 이후 한국에 지점을 내는 것은 금지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은행 소유 건물의 절반 이상을 무조건 영업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도 없앤다. 감독 규정에 있는 ‘은행이 가진 건물의 50% 이상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건물을 소유할 수 없다’는 항목을 아예 없애거나 의무 사용 면적을 20% 이하로 낮출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부동산 금융규제도 개선한다. 부동산 펀드가 호텔 등을 짓는 경우 운용·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펀드가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처분제한 기간(주택 3년, 비주택 1년)을 단축할 예정이다.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투자비율을 전체 자산의 7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사라진다.
○‘구두지도’ 원칙적 폐지
금융위는 구두지도, 모범규준, 실무자 해석 등을 통한 비명시적 규제(그림자 규제)도 개선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법령에서 근거를 찾기 어려운 규제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공식적으로 지도하는 관행을 적립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벤처 기업을 위해 담보가 없더라도 기술력을 평가해서 돈을 빌려주는 기술평가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6000여개 기업에 대해 각각 500억원씩 하반기에 지원한다. 시중은행의 자발적 참여도 이끌어낼 예정이다.
박종서/오상헌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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