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강·운동 앱 연동
폰으로 모은 정보 활용도 커져
'제2 앱스토어' 성공 노려
다수 파트너 기업 유치가 관건
[ 김광현 기자 ] 애플이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WWDC 2014) 기조연설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되짚어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폰·아이패드용 새 운영체제(OS) iOS8에 추가되는 ‘헬스(Health)’ 기능 때문이었다. 이 기능은 수개월 전부터 소문이 돌았던 터라 새로울 것은 없다. 기조연설에서도 ‘헬스’에 할애된 시간은 5분도 채 안 됐다.
그런데도 ‘헬스’를 주목한 것은 애플이 ‘판을 바꾸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헬스’는 애플 혼자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운동·건강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플랫폼’이다. 애플은 ‘헬스’ 관련 기술을 ‘헬스킷’이란 이름으로 공개함으로써 파트너들이 운동·건강 데이터 수집 앱을 만들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애플은 ‘헬스’를 발표하면서 ‘혁명’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헬스’ 파트너인 메이요클리닉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헬스킷이 의료계와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자사 사이트에 올린 ‘헬스’ 소개 글에도 ‘헬스킷을 통해 모든 운동·건강 앱이 연동하게 하겠다” “건강혁명의 시작”이라고 썼다.
삼성전자 소니 등이 애플보다 먼저 내놓은 손목시계형 또는 팔찌형 기기는 플랫폼과는 거리가 멀다. 심장박동, 혈압,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또 하나의 기기에 불과하다. 그게 폰과 연동하느냐, 단독으로 작동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나온 기기에는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고민이 빠져 있다.
애플 구상대로 ‘헬스’ 플랫폼에 운동·건강 관련 파트너들이 대거 참여한다면 데이터 활용도가 커진다. ‘헬스’로 들어온 각종 운동·건강 데이터를 파트너 병원으로 보내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당사자한테 신속히 알릴 수 있다. 응급상황에도 축적된 데이터를 보고 바로 대처할 수 있다. ‘건강혁명’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그동안 애플 스마트워치에 관한 추측 기사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아이워치’란 이름이 확정된 것처럼 불렸고, 디자이너들은 애플 스마트워치 콘셉트 디자인을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이 내놓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디자인이 좀더 낫거나 사용하기가 좀더 편하다는 정도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
그런데 애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플랫폼’을 내놓았다. 따지고 보면 2008년에 내놓아 모바일 시장 생테계를 바꾼 ‘앱스토어’와 비슷한 방식이다. 애플은 다들 아이폰 두 번째 모델이 어떤 모양으로 나올지 지켜보는 순간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내놓고 판을 바꿨다. 지금 관심사는 과연 ‘헬스’도 앱스토어처럼 성공할 수 있느냐다.
애플은 ‘헬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메이요클리닉을 비롯한 약 20개의 운동·건강 관련 파트너들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운동추적 기기 ‘퓨얼밴드’로 유명한 나이키도 포함됐다. 올가을 iOS8과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파트너들을 끌어모으냐가 관건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강한 구심점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애플이 지난달 개발자 콘퍼런스 직전에 내놓은 TV 광고도 예사롭지 않다. 이 광고는 온통 운동량을 측정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사실 iOS7이나 아이폰5s에서 운동량 측정 기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딱히 낫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굳이 이런 광고를 만든 것은 ‘헬스’ 파트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일 수 있다.
애플이 ‘헬스’를 플랫폼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애플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앱이나 기기는 직접 만들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애플이 10월쯤 휘어진 OLED를 장착한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애플과 ‘헬스’ 파트너인 나이키가 장차 서비스를 통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경쟁사보다 먼저 새로운 발상을 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느냐, 이들이 만든 앱이 ‘헬스’에서 제대로 연동하느냐,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느냐 등에 성패가 달려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맞대응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어떻든 스마트폰을 이용한 ‘건강혁명’은 시작됐다.
김광현 IT 전문기자 kwang8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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