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기금 등 10여곳 출자…M&A 활성화 촉매될 듯
은행·보험·증권 '무한경쟁'
[ 박동휘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10일 오후 2시40분
펀드가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시대가 열렸다. 은행 독주였던 기업 대출 시장에 사모대출펀드라는 도전자가 생긴 것. 보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동맹’을 맺고 사모대출펀드에 출자하는 등 ‘금융 경계선’ 붕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모펀드의 진화
사모대출 분야는 유럽에선 1조유로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유럽피언캐피털에 따르면 기업을 살 때 전체 인수 자금 가운데 52%는 대출로 조달(작년 유럽 기준)한다. 유럽 은행들이 위험 대출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대출 중 상당 규모가 사모대출펀드에서 빌린 자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사모대출펀드는 인수합병(M&A)용 대출은 물론 기업 신용대출까지 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정책실장은 “금융 당국이 M&A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사모대출펀드가 나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모대출펀드는 이미 조성된 자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인수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차주는 M&A에 필요한 자금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모대출펀드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이 두 번재 사모대출펀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시장을 선점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사모대출펀드가 M&A용 대출에만 머물지 않고 기업에 새로운 자금 공급원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보험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 등의 대출시장에 사모대출펀드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 대출 시장은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자본금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은행처럼 대출 주관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이 개정됐다.
○제도 ‘가림막’ 해소가 관건
일각에선 유럽에서처럼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펀드 출자금을 모을 수 있는 주체가 현실적으로 은행 외에 찾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신한 M&A 시니어론펀드’에 출자한 보험, 연기금만 해도 대출 대상이 정해지면 신한은행과 펀드가 동시에 대출자로 나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위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거래에만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자금 모집 능력 면에선 MBK파트너스 같은 사모투자회사(PEF)들이 대안이긴 하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에 PEF의 단순 대출 업무는 금지돼 있다. PEF 업계 관계자는 “KKR 등 미국의 사모펀드는 주식, 채권, 메자닌(주식과 채권 특성을 모두 가진 투자 상품), 대출 등 모든 영역에서 활동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증권사를 대표하는 상위권 수익률의 합이 110%돌파!! 그 비결은?
[한경닷컴 스탁론] 최저금리 3.5% 대출기간 6개월 금리 이벤트!
[한경컨센서스]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를 한 곳에서 확인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