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던지는 애널리스트가 늘어났지만 증권사에선 빈 인력을 제때 메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리서치센터장이 6개월째 공석인 증권사도 있다.
증권사들은 “희망퇴직까지 실시하는 마당에 새로운 인력 채용은 욕심”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리서치센터의 ‘구멍’은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증권사에선 애널리스트의 공백으로 인해 해당 업종의 분석이 ‘중단’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이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이달 3일 한국투자증권은 유독 조용했다. 증권사 곳곳에서 삼성에버랜드 상장에 관한 전망과 분석이 쏟아졌지만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온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주사를 담당하던 이훈 연구원이 퇴사한 뒤 업무 공백이 생긴 것이다. 후임자가 지정되긴 했지만 이미 맡고 있는 업무가 많아 지주사 분석까지 떠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증권사에선 "사실상 지주 담당 애널리스트가 사라졌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선 지주사 관련 이슈가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이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에 공백이 생긴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삼성SDS의 주관사로 선정됐고, 삼성에버랜드 주관사로서도 유력한 후보였다.
한국투자증권만의 일이 아니다.
퇴사한 애널리스트가 여전히 증권사 소속 연구원으로 기사에 이름을 올리는 일도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업무 공백이 생기다보니 퇴사 이후에도 당분간은 기자들의 문의에 응대해 달라는 회사의 부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화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장 자리가 6개월째 비어있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리서치센터장 공석이 길어야 한 달 정도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길어질지 몰랐다"며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직을 결정한 5년차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몸집 줄이기에 치중하느라 리서치센터 본연의 역할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토로했다. 이어 "증권가와 투자자 간의 신뢰도가 회복되는 것이 증권가 활황으로 가는 첫 걸음이지만 현재는 오히려 퇴보하는 상황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연초 기준으로 62개 회원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총 1321명이다. 1년 전에 비해 132명이 줄었다. 10명 중 한 명꼴로 나간 셈이다. 2010년 이후 꾸준히 1400~1500명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올 들어 1300명 초반대로 급감했다.
애널리스트의 부재는 ‘투자자들의 손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떠난 이’의 업무를 넘겨받은 애널리스트가 이전보다 더 많은 탐방을 하고, 더 많은 분석을 해낼 수 있을까. 5년차 애널리스트가 여의도를 벗어나며 '리서치센터의 신뢰도’를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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