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보다 금리 높고 자금조달해도 대출 운용못해
[ 이상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11일 오후 3시43분
“이 상태로라면 국내 은행들은 한 건도 발행을 안 할 겁니다.”
한 증권사의 투자은행(IB)본부 회사채발행(DCM)부장은 지난 4월 중순부터 발행이 허용된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에 대해 11일 이같이 말했다. 발행이 가능해진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커버드본드는 발행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 은행채에 비해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등 경제적 실익이 없어 은행들은 커버드본드 발행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발행 제로(0)…빛바랜 도입 취지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16일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업무 감독규정’ 제정안을 의결해 커버드본드 발행에 필요한 법적 기반을 완비했다. 이미 유럽에선 활성화된 채권이지만 아시아에선 한국이 처음 도입한 것이다. 금융위는 제도 도입 이유에 대해 “은행 등이 장기·저금리 자금을 조달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 후 두 달이 되도록 발행이 전혀 없자 커버드본드가 은행의 장기·저금리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길 기대했던 정부의 정책 목표가 무색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탁상행정으로 예견된 실패”
IB 업계에선 “정부 기대와 달리 이미 시장에서는 커버드본드가 국내에서 ‘실패한 금융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커버드본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장밋빛 기대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이 일반회사채(은행채 등)를 발행할 때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 해 발행 유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커버드본드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이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ABS는 같은 등급의 일반 회사채보다 0.10~0.20%P 높게 거래된다. 유동성이 떨어져서다. ABS는 많게는 수만 건에 달하는 기초자산을 일일이 살펴봐야 해 기관투자가들이 일반 회사채보다 선호하지 않아서다.
한 중형 증권사 IB본부장은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시장에 소화시키려면 일반 은행채보다 0.05~0.20%포인트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며 “이런 불리한 발행금리 때문에 커버드본드는 발행이 거의 되지 않을 것으로 IB업계는 예견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예대율(예수금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 산정 때 커버드본드가 ‘예수금에 준하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해 발행 유인이 더욱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탓에 은행들은 설사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대출로 이 자금을 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은행채보다 높은 금리로 조달해서 대출보다 수익률이 낮은 국고채 등 유가증권으로만 운용해야 하는데 누가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겠느냐”며 “현 상태라면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커버드본드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 같은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부 채권’이다. 발행사가 파산하면 해당 담보자산으로 우선 변제받을 수 있고 상환재원이 부족하면 발행사의 다른 자산으로 추가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이중상환청구권’이 딸려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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