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유창재 기자 ] 미국 공화당 2인자인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사진)가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자 미 금융권도 충격에 휩싸였다. 친(親)월스트리트 정치인인 캔터 대표의 낙마로 정치권의 바람막이가 사라졌다는 우려 탓이다.
캔터 의원은 지난 10일 시행한 공화당 버지니아주 예비경선에서 극단적 보수주의 세력인 ‘티파티(tea party)’ 출신 정치 신인 데이비드 브랫 후보에게 밀려 패했다. 그는 다음달 원내대표직을 사임할 계획이다.
월가에서 캔터 대표는 금융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출신으로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미 금융권의 이익을 가장 많이 대변해온 정치권 인사다.
캔터 대표는 사모펀드 매니저들에게 높은 소득세율을 부과할 경우 세금개혁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2012년에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정책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공개할 것을 강제하는 법안에 반대해 법안 통과를 좌절시키기도 했다. 그의 아내는 한때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만 140만달러의 기부금을 월가에서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캔터 대표의 친금융권 성향이 그의 정치 행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상대방이 그가 워싱턴DC 정가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을 공격의 빌미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한 로비스트는 “가끔은 월스트리트로부터 받은 돈이 정치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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