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미네워터'
기부용 바코드 별도 부착
판매 늘고 사회공헌 하고
인도서 원유 공급받던 네슬레
농가에 직접 가 노하우 전수
고품질 제품 받고 시장 확대
2012년 3월 론칭한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 생수 ‘미네워터’에는 두 개의 바코드가 있다. 하나는 생수 값 1000원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물을 전달하기 위한 100원짜리 기부용 바코드(바코드롭)다. 점원은 고객에게 기부의사를 묻고 희망하는 경우에만 기부용 바코드를 찍는다. 고객이 100원을 기부하면 CJ제일제당과 유통회사인 패밀리마트(지금의 CU)가 각각 100원을 보태 총 300원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마시는 물을 사는 데 사용된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기부 의향은 있지만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에 착안했다. 기부용 바코드를 찍는 고객의 비율은 51%에 이르고 총 판매는 244% 증가했다.
착한소비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확대된다. 생수병은 ‘기업+소비자+아프리카 어린이’를 연결하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의 연결통로다. 단순한 생수병이 ‘CSV 플랫폼’이 된 것이다. CSV 경영의 실천은 이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모두의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유엔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유엔 산하기구로 2000년 7월 창립됐다.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1999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CSR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자고 발의한 이후 시작됐다. 지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중요 이슈가 됐다. 세계화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역 간 균형발전과 지속성장이 필요하며 기업의 적극적인 참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권, 노동규칙, 환경, 반부패의 4가지 분야에 걸쳐 10가지 원칙을 실천한다.
CSR 추진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점은 지속적인 추진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의 판단 기준은 확대재생산 여부에 있다. 좋은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시간, 노력, 원가 등의 투입 자원이 줄어들고 이익, 이미지, 브랜드파워 등의 아웃풋은 늘어난다. CSR 추진에서도 이점이 중요하다. CSV가 제대로 추진되면 확대재생산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CSR은 하나의 혁신방법론으로서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 UNGC 같은 국제기구의 성공적 운영은 CSV의 활발한 추진 여부에 달려있다. CSV는 CSR을 실천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2010년 11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국제표준 ‘ISO 26000’을 발표했다. ISO 26000의 논의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엔론사태가 그 계기를 제공했다. 엔론은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존경받는 에너지기업이었으나 2001년 파산, 회계 부정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985년 설립 이후 2001년까지 16년 동안 1700% 성장이란 대기록을 세웠고, 포천지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엔론을 선정했다. 하지만 분식회계, 부정부패, 비윤리적 로비활동 등 회계부정의 규모는 최악이었다. 이 여파로 주식시장에서 780억달러가 사라지고, 엔론의 회계감리사였던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1913년 설립 이후 71억8500만달러의 합의금을 물고 불명예스럽게 문을 닫았다. 엔론의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2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ISO 26000은 기업, 정부, NGO 모두에 지배구조 개선, 인권 신장, 노동 관행 개선, 환경 보호와 공정거래 등을 통해 소속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적 책임의 주된 범위로는 7가지 주제가 있다. 1)기업 내 조직관리 2)인권 3)노동 관행 4)환경 5)공정성 6)소비자관계 7)지역공동체와의 관계다. 이제 ‘SR(사회적책임)라운드’가 글로벌 무역의 기준으로 역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ISO 26000의 내용을 잘 준수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공유가치 창출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CSV 경영을 정착시킨 회사 중 하나인 스위스의 네슬레는 1867년 설립된 세계 1위 식음료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고경영자부터 일선 직원까지 ‘사람과 사회를 건강하게 하면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네슬레 임직원들에게 공유가치창출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 일상이다. 네슬레는 50년 전부터 인도의 모가지역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데, 처음에는 관개시설도 없고 송아지 사망률도 60%나 됐다. 네슬레가 본사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을 꾸준히 전수한 덕분에 젖소의 우유 생산성이 50% 향상되고, 원유공급 농가도 400배 이상 늘었다. 자연스럽게 인도 전역의 시장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다. 네슬레는 뛰어난 커피 품종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가도 지원했다. 낮은 생산성과 늘어나는 빚의 원인이 커피 수확기 전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기 때문임을 알고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채소를 심고 당나귀, 말 등의 가축을 기르게 했다. ‘책임농업’으로 농가의 수입은 크게 늘었고 양질의 원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북미네슬레워터는 CSV관련 세 번째 보고서를 통해 공유가치창출을 가장 높은 단계로 하는 3단계 피라미드를 발표했다. 1단계) 현지국가의 법률이나 관습을 지킴. 2단계) 현재의 이익을 위해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지 않음. 3단계) 영양, 물, 농촌분야에서 공유가치를 창출. 마지막 3단계의 세부내용은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 ‘밸류체인의 효율화’ ‘지역의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네슬레는 CSV경영을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CSV경영을 오랫동안 계획하고 추진해 왔다. ‘다수확 커피 묘목’이나 송아지의 사망률을 크게 낮춘 젖소 키우는 노하우는 오랜 연구결과의 산물이다. CSV경영은 벼락치기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마케팅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다. CSV경영은 비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 개개인도 함께 동참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다. 정부와 국회는 마케팅 관련 부처를 신설해 국가차원에서 CSV경영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 기업, 정부, 해외 및 북한 동포까지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과 개인은 300년 전 경주 최부잣집의 정신을 계승, CSV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김길환 < 한국마케팅협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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