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검색사이트에서 조성모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초록매실’이 뜨고, 초록매실 하면 누구나 “널 깨물어주고 싶어”라는 낯부끄러운 대사를 떠올린다. 도대체 ‘초록매실’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조성모를 ‘조매실’이라 부르며 그의 이름까지 앗아가 버린 걸까?
“널 깨물어주고 싶어.”
당시 조성모는 소년 같은 이미지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초록매실’만큼은 대중들도 버거웠는지 점차 그의 애교스러운 말투와 표정에 거리감을 두게됐다. 인기가 높았던 만큼 주변의 조롱도 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조성모와 초록매실을 잊어가고, 요즘 세대들에게는 하나의 전설처럼만 알려져 있던 실정. 그렇게 ‘과거’로 존재하던 초록매실과 조성모가 다시금 ‘핫’하게 떠오른 것은 불과 며칠 전. 조성모가 자신의 흑역사를 마주하면서 부터다.
조성모는 5월24일 방송된 ‘SNL코리아’에서 ‘초록매실’ CF를 직접 패러디했다. ‘매실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코너는 조성모의 오글거림을 본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조성모는 매실 농장에서 음료를 들고 “난 네가 좋아. 너도 내가 좋니?”라고 운을 뗀 뒤 “널 깨물어주고 싶어”라는 당시 대사를 그대로 차용,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했다.
누구나 흑역사는 있다. 문득 떠오른 ‘흑역사’에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거나, 라면을 끓이다가 벽을 쳐 본 경험이 있을 거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누구에게나 낯부끄러운 흑역사. 이것을 마주한다는 것은 꽤나 큰 결심이 필요했을 터.
이에 조성모는 “예전엔 매실이라는 글자만 보여도 집에 가겠다고 했다. 기분이 나빠서였다”며 매실 ‘초록매실’ 광고 이후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13년 만에 ‘초록매실’ CF 패러디를 하게 됐다. 13년이 지나서 나이도 들고. 그런데 했을 때 거의 NG도 안 났다”라며 초연해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성모가 자신의 콤플렉스, 즉 흑역사와 마주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그에게 득이 됐다. 그가 예전 같지 않은 창법을 두고 ‘히든싱어’ 출연자인 임성현에게 노래 수업을 받는다거나, 자신의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극도로 표현하거나, 놀림거리가 되었던 ‘초록매실’을 언급하는 순간 대중들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더할 나위 없는 친근함을 느꼈다.
신기한 일 아닌가? 흑역사로 치부되던 것을 정면으로 맞닥뜨리자 그것은 더 이상 흑역사가 아닌 하나의 추억, 또는 아이콘이 된 것이다.
특히 방송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조성모의 ‘초록매실’ CF와 패러디 영상이 게재되고 네티즌들은 ‘초매(초록매실의 줄임말)’을 유행어처럼 쓰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기는 곧 CF로 직결됐고 조성모가 웅진식품 ‘초록매실’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매실 스테이크’ CF 출연을 확정짓자 네티즌들은 강한 구매욕을 보이며 심지어는 그를 응원하기에 이르렀다.
조매실이라니. 13년이나 피해 다녔던 말이건만. 조성모가 그것을 발음하고, 자신의 흑역사를 직접 품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남은 것은 조성모라는 이름을 되찾는 일이다. 조매실이 아닌 ‘아시나요’ ‘투 헤븐(To Heaven)’ ‘가시나무’ 등 명곡 가수 조성모로 무대까지 장악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tvN ‘SNL코리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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