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재천·성일환…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대박' 비결은?

입력 2014-06-13 10:02   수정 2014-06-13 10:08

[ 김다운 기자 ]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요? 좋은 상품이긴 한데 하이일드 채권의 물량을 확보하고 매매하기가 까다로워요. 회사채 거래에 대한 노하우 없이는 힘듭니다."

올해 4월 정부가 BBB+ 등급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최근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다.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모주 10% 우선배정 혜택이 있는 이 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

하지만 출시된 공모 펀드는 '흥국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하나밖에 없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자산의 30% 이상을 편입해야 하는 하이일드 채권 거래가 까다롭다며, 운용에 제약이 높은 공모펀드 출시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 틈을 타 지난 4월21일 흥국자산운용이 최초로 선보인 흥국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유일한 공모펀드라는 강점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0일 이 펀드는 출시 두달도 안돼 판매금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 '채권 강자' 자신감…공모주 투자 바람 타고 자금 급물살

펀드를 운용하고 총괄하는 류재천 흥국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성일환 채권운용본부 이사를 만나 펀드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비결을 물어봤다.

흥국운용은 전통적인 채권운용의 강자로 알려진 자산운용사다. 전체 운용자산(AUM) 13조원 중 절반 이상인 7조8000억원이 채권자산일 정도.

올해 초에는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채권우수운용사로 선정돼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공모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출시한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배경이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성 본부장은 1994년부터 채권업계에서 일해온 채권 전문가다.

"펀드가 이 정도로 잘 팔릴 거라고는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내부에서도 소액만 들어오고 말면 뒷감당이 어려운 상품일 것이라 판단하고 고민이 많았지요."

그 동안은 공모주 시장이 침체된 데다 기존 공모주 펀드들의 성과도 좋지 않아 크게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SDS와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들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히고 BGF리테일, 쿠쿠전자 등의 IPO 대어들이 속속 나오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때부터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배정 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도 많아졌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올해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신규 상장 기업부터 우선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동안 일반 공모주 펀드들은 청약을 해도 높은 경쟁률 때문에 순자산가치(NAV) 대비 평균 0.23% 정도밖에 물량을 배정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앞으로 대략 종목당 평균 1% 정도의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 공모주 펀드보다 5배 가까이 많은 물량이다.

먼저 지난달 2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트루윈과 이달 3일 제출한 화인베스틸이 대상이다. 오는 7월 상장 예정인 쿠쿠전자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류 CIO는 "공모주라고 해서 무조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6명의 애널리스트가 해당 종목을 분석해 적정가격을 검토한 뒤 투자할 만하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의 원칙은 대부분 상장 초기에 이익실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것이 상장 초기이기 때문이다.

펀드의 운용을 위해 한달에 한번씩 채권운용본부와 주식운용본부가 정례회의를 통해 실무협의회를 갖는다. 채권 자산 관리와 주식 공모주 일정 등을 논의하고 대응방안 전략회의를 갖는 것이다.

◆ "하이일드 채권 확보, 흥국운용이라 가능"

시장에서는 이 펀드가 공모주 투자로 인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펀드 운용의 핵심은 하이일드 채권 운용을 얼마나 잘하느냐다.

공모주 운용 방식은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펀드들이 큰 차별성이 없다. 하지만 하이일드 채권에서 디폴트가 나게 되면 펀드의 성과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채권에 디폴트가 발생하게 되면 회수기간이 길어지고 회수율도 30%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

게다가 펀드 성격상 30% 이상을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데, 공모펀드의 경우 총 자산의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는 '10% 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춰야 한다.

최근 몇년간 웅진홀딩스와 STX그룹,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사태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이 거의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처음에는 물량 확보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성 본부장은 "최근 회사들과 접촉하다보면 긍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인기를 모으면서 트리플B+급 회사들에게도 자금화색이 돌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채는 주식처럼 장내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와 네트워크가 생명입니다. 흥국운용은 그 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하이일드 채권 발행이나 유통 물량 확보가 수월한 편이죠."

디폴트가 나지 않을 우량 채권들로 골라 하이일드 채권 종목 수를 10개 내외로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류 CIO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올해 말까지로 가입이 제한돼 있는 테마성 상품이지만, 그 동안 채권 운용에서 축적된 흥국운용의 노하우를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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