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크고 비싼 자동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덩치값'을 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배기량 4000cc 이상 대형차와 1억 원대가 넘는 고가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고급 대형차의 판매 질주에 대해 일부에선 "과시적 소비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카푸어 등을 늘어나는 원인"이란 쓴소리도 나온다.
◆ 불황 잊은 대형차, 판매 증가세 중형차 앞질러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대형차 판매량은 7만5717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9.1%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중형차 판매량(8만3050대)은 3.0% 증가에 그쳤다. 소형차(9만148대)는 오히려 8.8% 후진했다.
지난 1분기 내수 판매 1위도 대형차인 그랜저(2만3633대)가 차지했다. 단골 1위 모델인 경차 모닝, 준중형차 아반떼를 제치고 3년 만에 분기 기준 1위에 올랐다.
수입차 시장에서 고급 대형차의 인기는 더욱 두드러진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 대형차는 전년 대비 54.3% 뛴 2285대 팔렸다. 이 기간 중·소형차 판매는 20~30% 증가했다.
수 억 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럭셔리카도 불황을 잊었다. 고급 세단 S클래스와 E클래스를 앞세운 벤츠는 1억 원 이상 모델에서 2246대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량의 16%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초고가차로 꼽치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역시 올 들어 적게는 30%부터 많게는 170%까지 판매량을 키웠다.
◆ 고급차 파이 키우는 車 업계 … 무리한 과시적 소비 지적도
대형차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높아지면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해당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벤츠는 S클래스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최근 S350 블루텍 사륜구동(4MATIC) 모델을 추가한데 이어 최상위 모델인 S 600롱을 출시했다. 이로써 S클래스는 총 7개 모델로 선택 폭이 커졌다.
현대차도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이어 지난달 디젤 모델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대형차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제네시스와 그랜저 중간급인 'AG'(프로젝트명)도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에도 대형 고급차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소득 수준과 맞지 않은 고급차 선호 현상이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추세는 경기와 무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며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고소득층의 고급차 구매는 더욱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득 수준을 벗어난 고급차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배기량이 크고 비싼 차가 안전하고 좋은 차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 이라며 "무리하게 빚을 내 차를 사면서 카푸어 등의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의 과시욕을 자극하는 완성차 업계의 마케팅도 문제" 라며 "에너지를 절감하는 친환경 자동차나 분수에 맞는 가격대의 자동차를 구매하는 선진형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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