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경제원리 핵심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 표현했다.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경제행위가 궁극적으로 개인은 물론 사회·국가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국가의 부(富)도 늘린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본질은 가격이다. 가격은 시장경제를 작동시키는 엔진이자 윤활유다. 가격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잡아주고, 유통(마케팅)이란 기능도 활성화시킨다. 기술혁신의 촉매 역시 가격이다. 그러니 가격 기능이 왜곡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이 비틀리는 셈이다.
독점이나 담합, 지나친 할인 경쟁 등은 시장경제를 어지럽힌다. 공정경쟁이란 결국 가격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지 않는 경쟁을 의미한다.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곳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가격파괴’는 가격을 적정 수준 이하로 낮춰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지만 가격파괴는 때로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 이른바 ‘치킨 게임’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쟁상대를 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는 것이다.
인터넷은 가격할인의 핵심 도구다. 복잡한 유통단계의 단순화로 비용이 절감되면서, 그 비용절감이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하지만 지나친 온라인 가격인하가 유통질서를 파괴한다는 우려도 있다. 가격인하 경쟁에서 밀린 오프라인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11월부터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다. 신·구간을 막론하고 모든 도서는 정가의 15% 이내에서 할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경우 가격을 다시 매기는 재정가(再定價)도 허용된다. 온라인 중심 서점의 가격파괴(반값할인·폭탄세일 등)로 출판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내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취지다. 정가제 시행으로 동네 중소형 서점의 부활 발판이 마련되는 등 출판시장의 과다 할인경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도서 정가제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중고 서점을 통한 변칙적인 할인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고, 책값이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근본인 ‘자율’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4, 5면에서 가격에 관한 경제용어와 가격할인이나 가격통제의 양면성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