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서울시, 성미산마을 최대 45개 만든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3일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잇따라 전화를 받았다. 시 관계자는 “기사에 나온 공동체촌이라는 표현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집단촌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시 간부회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다”며 “기사를 쓴 의도가 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 대변인실은 본지 보도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한 시 관계자는 “이것저것 관련 내용을 짜깁기해 보도한 게 아니냐”고까지 말했다.
해당 내용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6·4 지방선거 직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것이다. 박 시장은 당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성미산 마을처럼 30~50가구가 거주하는 공동체 마을을 곳곳에 만들 계획”이라며 “수천억원의 시 기금을 조성해 입주민들에게 대출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을 토대로 시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취재를 거쳐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기자의 설명에 서울시는 한 발 물러섰지만 끝까지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과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기 서울시정의 핵심 정책이 될 것”이라며 “입주민 대출에 필요한 기금 조성도 우리은행과 이미 협의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박 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을 서울시 담당부서와 대변인실이 앞장서 부인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 담당부서와 대변인실이 구원파의 집단촌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한 ‘공동체촌’이라는 표현은 박 시장의 핵심 정책인 ‘마을공동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 시장이 2011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뒤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한 지도 2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시 내부에선 마을공동체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듯싶다. 박 시장의 핵심 정책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 공무원이 문제일까, 아니면 공무원들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일까. 궁금할 따름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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