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공식 파트너 현대기아차가 코트디부아르 축구 대표선수 디디에 드록바의 ‘내전종식'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 ‘월드컵은 우리를 통하게 한다’에 시선이 꽂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흔히 ‘드록신 (神)’으로 추앙받는 드록바가 6월 15일 일요일 월드컵 D조 예선 1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후반 17분 교체돼 나와 분위기를 확 바꾸며 ‘거짓말 같은’ 역전승 (2대1)의 발판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많은 시청자들이 목격했다시피 드록바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본 선수들은 하나같이 몸이 경직되며 무거워진 반면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훨훨 날았습니다.
2분 사이 거의 비슷한 장면 (오른쪽에서 센터링 헤딩슛 골인)으로 순식간에 두 골이 일본진영의 골망을 철렁였습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역전하는 장면에서 “(중계를 위해 브라질 헤시피 아레나 페르남부쿠 경기장) 오는데 비행기로 몇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 피로가 확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은 일본이 앞서고 있을 때 “(사실) 머리는 일본 승리를 말하지만 가슴은 코트디부아르의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고 속내를 비치기도 했고요. 이는 많은 한국인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국내 언론이 이후 이와 관련해 쏟아낸 관련 기사에 네티즌들은 수백~수천개에 이르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드록神이 후반 17분 강림하사 바람을 일으키니 일본의 현장 관중들이 내건 ‘神風’은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등이 꼽힙니다. 댓글 끝에는 ‘드록바 아멘’의 줄임말로 통하는 “드멘”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지난 5월 첫 선을 보인 “내전이 한창이던 2005년 코트디부아르, 한 축구선수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란 카피의 현대기아차 월드컵 광고가 새삼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광고에서 드록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광고의 소재가 드록신의 유명한 내전 중지 호소'란 실제 일화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 까닭입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있는 국가지요.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이 ‘상아’를 선적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아이보리코스트’라고도 불리고요.
2002년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있을 때 당시 전역 대상으로 꼽히던 군인들이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으로 치달았습니다.
드록바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이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사상 처음 성공하자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서 호소합니다. “제발 1주일만이라도 내전을 중지해 달라.”
그 덕에 내전은 열흘간 멈췄습니다. 이듬해 정부군과 반군은 평화합의문에 서명하고 2011년 마침내 전쟁은 완전 종식됐습니다.
드록神은 이 때 감동스런 연설을 남깁니다. “그동안 수많은 트로피를 받았지만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다 준 순간이야 말로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다.”
축구선수 드록바는 원래 프랑스에서 활약하다 2004년 조세 무리뉴에 의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첼시에 영입돼 수많은 신화를 썼지요.
특히 2011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FC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린 결승골과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동점골 등 필요할 때 한방을 날린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2-13 시즌 후반부터 터키 프로축구 갈라타사라이에 몸 담고 있는 드록바는 올 시즌 리그 24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드록바는 최근 터키 소마지역에서 발생해 3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탄광 폭발사고의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100만 유로를 (약 14억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입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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