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00만 원으로 하루 15% 이상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부 상장 우선주(株)를 바라보고 내뱉은 여의도 한국거래소 관계자의 말이다.
그간 증시에서 거래량이 미미한 우선주의 경우 '묻지마 급등'의 온상이었다. 대내외 악재로 보통주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란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고심 끝에 지난 해부터 '우선주 퇴출 제도'를 도입했다.
1년 동안 우선주 9종목이 증시서 사라졌지만, 이는 발행주식과 월평균 거래량 등 당초 기준에서 절반까지 낮아진 한시적(1년)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곳들이다. 거래 없는 우선주 가운데 최하위 종목이란 얘기다.
7월부터 본래 퇴출 기준이 적용된다. 상장 주식 수가 2반기 연속 5만주 이상, 시가총액 5억 원 미만, 월평균 거래량이 2반기 연속 1만주 미만, 2년 연속 주주 수가 100명 미만 등이다.
임시 적용된 한시적 기준은 상장 주식 수와 월평균 거래량이 2만5000주와 5000주였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들어서 본래 기준을 적용하면 상장이 폐지 될 수 있는 또 다른 우선주 9종목을 지정, 투자자들에게 사전 예고했다.
이 때부터 말썽이 생겼다. 퇴출 예고 우선주들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급등락과 더불어 일평균 거래량도 평소 대비 10배 가량 불어났다. 거래량이 늘어나 퇴출 기준을 넘어서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상장폐지 예고 종목은 대구백화우, 사조대림우, 한솔아트원제지우, 한신공영우, 세우글로벌우, 동양철관우, SH에너지화학우, 아모레G2우B, LS네트웍스우 등 9곳이다.
동양철관우는 17일 상한가(가격제한폭)로 치솟아 전날보다 14.81% 올랐다. 장중 급등 폭이 줄었다 늘었다는 반복, 거래량은 오전 중에 이미 5900주를 넘어섰다.
16일에는 하한가로 거래량 1만6600주, 11일부터 13일까지는 사흘 연속 상한가로 장을 마치면서 7000~1만주 정도 거래량을 찍었다. 12일엔 고작 1200만 원으로 14.76% 뛰었다.
반대로 거래소의 사전 예고 직후인 이달 초에는 하루 거래대금 100만 원, 600만 원, 200만 원, 2200만 원으로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저비용 고수익'의 대명사격이다. 10일부터 17일까지 이 우선주의 주가상승률은 50%에 달한다.
주가가 절반 가까이 빠질 때까지 나흘 간 거래량은 고작 1600여주, 거래대금도 31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본격 반등 이후 거래량은 5만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조대림우 역시 똑같다. 30~80주 거래로 하한가 행진을 벌여오다 지난 10일 이후로 하루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많게는 100배까지 불어나면서 40%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거래소는 "모든 주식은 내재가치(intrinsic value)가 있는데 부당이득을 보고 인위적으로 그 이상 가격을 조정했다면 시장감시부 등 감독기관에서 분명히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땠다.
다만 "시장유동성공급자(LP)와 계약을 맺고 정당한 방법으로 거래량을 늘렸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시도된 '우선주 퇴출 예고' 방식을 악용해 급등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만약 아무런 예고 없이 상장을 폐지한다면 선의의 투자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면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년 간 누적된 피해 예방 차원에서 우선주 퇴출 제도를 도입했고,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사전 예고 제도까지 마련했다는 얘기다.
거래소는 특히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증시 투자문화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가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잇단 규제와 사전 경고 그리고 법적 제도를 마련해 두어도 지적사항이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성숙하지 못한 투자문화 탓"이라고 꼬집었다.
인위적인 급등락이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급등락의 시점이 누가보더라도 절묘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머니 게임', '폭탄돌리기'라는 말들이 나온다.
'묻지마 급등' 주식이 나오면 증권업계에서도 온갖 루머가 난무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면 하나같이 잊어버린다.
'한탕 베팅'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만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쉴 뿐이다. 성숙한 투자문화가 뿌리잡지 못하면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가 나오더라도 어김없이 피해는 터져나온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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