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에는 ‘스탄(stan) 7개국’이 있다. 유럽의 네덜란드 폴란드 등 ‘land’ 돌림과 비교된다. 바람에 썼다는 유목민의 역사는 바람만큼 모질었다. 다리우스, 알렉산드로스, 아틸라, 칭기즈칸, 티무르 등 정복자들이 휩쓸고 지나갔다. 지금은 모두 이슬람 국가다. 하나같이 유혈 내전을 겪은 것도 공통점이다.
‘stan’은 페르시아어로 ‘땅, 나라’란 뜻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곧 ‘우즈베크족의 땅’이다. 한국어 땅의 고어가 ‘ㄸ’을 ‘ㅅ+ㄷ’으로 썼듯이, 땅의 어원이 스탄이란 학설이 있다. 유라시아대륙에 띠처럼 늘어선 이스탄불, 카불, 자이푸르, 쿠알라룸푸르 등의 ‘불, 푸르’와 우리말 ‘벌(너른 땅)’이 고대 공통어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스탄 국가들은 크게 투르크계와 이란계로 나뉜다. 카자흐, 우즈베크, 투르크멘, 키르기스가 투르크계다. 투르크는 고대사에 자주 등장하는 돌궐(突厥)이다. 이들이 서쪽으로 옮겨가며 여러 나라를 만들고, 일부는 터키까지 갔다. 이들 4개국은 타지키스탄과 함께 1991년 소련으로부터 일제히 독립했다.
가장 큰 카자흐스탄은 면적이 세계 9번째다. 한반도의 12배다. 가장 작은 타지키스탄조차 남한의 1.4배다. 카자흐족은 투르크어로 ‘반도(叛徒)’를 뜻해 주류에서 이탈한 일파로 추정된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120여 민족 중 고려인은 10만명(0.6%)으로 9번째다. 화학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보유했다고 할 정도의 자원부국으로도 유명하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동서 실크로드의 길목인 사마르칸트, 타슈겐트 등이 있다. 사마르칸트는 8세기 고구려 출신 고선지 장군이 근거지로 삼은 곳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카스피해 연안의 투르크멘바시에서 구석기 유물이 발굴될 만큼 인간거주의 역사가 깊다. 키르기스스탄은 파미르고원에 위치해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린다.
이와 달리 타지키스탄은 이란계 무슬림을 지칭하는 타지크족의 나라다. 아프가니스탄도 이란계인 아프간족(파슈툰족)의 국가다. 요즘은 탈레반 탓에 ‘탈레바니스탄’이란 별명으로도 불린다. 반면 파키스탄은 예외다. 1947년 독립할 때 펀자브 카슈미르 등 5개 주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Pak’은 ‘맑고 깨끗함’을 뜻해 곧 ‘청정의 나라’란 뜻이다. 이밖에도 아르메니아는 자국어로 ‘하야스탄’으로 불려 8번째 스탄 국가로 분류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즈베크, 카자흐, 투르크멘 순방으로 스탄 국가들이 새삼 눈길이 간다. 가깝지만 모르는 나라가 이렇게 많다. 바깥 세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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