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전자발찌 제도 확산…국민엔 '양날의 칼'

입력 2014-06-17 21:03   수정 2014-06-18 10:46

법조 산책


[ 양병훈 기자 ] 전자발찌 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8년 처음 시행될 당시에는 성폭력범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듬해 미성년자 유괴범, 2010년 살인범이 추가됐고 19일부터는 강도범도 전자발찌를 차게 된다. 최장 부착 기간은 최초 시행 당시 5년에서 현재 30년으로 6배 늘었다. 수집한 정보는 당초 보호관찰소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검찰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도 활용할 수 있도록 2012년에 법이 바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집한 정보 활용 범위는 지금까지 전자발찌 대상 범죄의 수사·재판으로 제한됐지만 지난해 ‘모든 범죄’ 수사에 활용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의 혈압 맥박 체온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범죄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시스템도 2016년까지 개발된다. 법무부는 “당분간 추가확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이 말이 지켜질지도 불확실하다.

이렇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의견은 얼마나 수렴됐을까. 지금까지 전자발찌 제도가 사회적 관심을 받은 건 도입 당시 딱 한 번뿐이었다. 이후에는 공청회 절차조차 제대로 거친 적이 거의 없다. 제도의 오·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던 각종 제한조치는 법 개정을 거치며 하나둘씩 폐기됐거나 폐기 직전이다. 관심의 사각지대 속에서 법무부가 국민을 대신해 제도 확대를 주도했다.

전자발찌 제도가 재범률을 크게 낮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치안이나 통제와 관련된 제도를 확대할 때는 장차 이 제도가 오·남용되지는 않을지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소한 전자발찌 관리가 법무부에 전적으로 일임돼 있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관련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는 전자발찌 업무를 하는 법무부의 일부 공무원만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공무원의 상급자와 상급 기관 사람들은 관련 정보를 모두 열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관리기능을 사법부 등 외부기관으로도 분산하거나 민간 전문가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유전자나 지문 등 생체정보를 국가가 등록·관리하고 있고 사정기관이 당사자 모르게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사회다. 하나둘 쌓인 이런 감시 장치가 어느 순간 국가폭력이라는 양날의 칼로 돌아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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