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제재 강화…대북정책 기조유지 강조
[ 워싱턴DC=장진모 기자 ]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하겠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41·사진)가 17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리퍼트 지명자는 “한·일의 우호적인 관계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인준이 된다면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국무부와 협의해 양국이 대화하도록 적극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한·일 갈등에서 중재역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일 갈등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큰 부담이라는 점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미국 정치권이 한·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의원(코네티컷)은 “세금 장벽 문제로 인해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기대만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한·미 FTA에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리퍼트 지명자는 이에 대해 “대사로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현안 가운데 하나가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함께 자동차나 원산지 문제 같은 일부 불공평한 사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의원(플로리다)은 “한국이 플로리다산 오렌지를 브라질산으로 의심해 오렌지 농장들이 어려움을 겪어 지난 2월 한국 방문 때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개하면서 FTA 분쟁 이슈에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리퍼트 지명자는 북핵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와 협의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핵심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을 고립시키는 국제적인 컨센서스 조성 △다자 또는 독자적인 제재 지속 △미사일방어(MD)체계 등 대북 억지력 강화의 3대 대북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대북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서면답변에서 “한·미 관계가 지금보다 강한 적이 없었다”며 “한·미 동맹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진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리퍼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수석보좌관 및 비서실상,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를 거쳐 작년 4월 국방장관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워싱턴DC=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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