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가제, 폐지보다 시장 고착화 해결해야"

입력 2014-06-19 09:21  

미래창조과학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적용해온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이 '5대 3대 2' 구조로 더욱 고착화 되고, 경쟁 없는 시장이 될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인가제 폐지, 경쟁구도 고착화 우려


미래부는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미래부 측은 "소매 통신요금 규제를 완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에서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가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후 규제로 '과징금 제재' 외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편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이하 SKB)의 초고속인터넷을 재판매 하면서 가입자 181만여 명을 확보한 바 있다. 이는 SKB의 총 가입자 463만 명 중 39%에 달하는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텔레콤이 내놓은 '착한 가족' 할인 상품은 LG유플러스 대비 가입자 유치가 약 40배 유리한 구조적인 불공정 경쟁 상품"이라며 "SK텔레콤이 후발 사업자를 경쟁에서 배제하고 '락인'(Lock-in·가입자 이탈방지)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미래부는 모른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해외는 '차별화 경쟁' 중

미래부는 대부분 선진국이 다른 경쟁촉진 수단과 연계해 소매요금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요금 규제 개선 작업들이 진행됐다.

미국은 시장 지배력 자체를 반독점·반경쟁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12월에는 AT&T의 티모바일(T-Mobile) 인수를 허가하지 않았다. 당시 AT&T와 티모바일의 시장 점유율은 43.6%로 SK텔레콤(50.6%) 보다 7%포인트 낮다.

영국의 경우 4개 사업자가 시장에서 균형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후발 업체와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그룹에는 결합 규제안을 적용해 선·후발 업체간 시장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NTT도코모의 점유율은 2006년 52.3%에서 2013년 44.0%까지 떨어졌다.

◆ "인가제 폐지보다 시장 고착화 해결하라"


무엇보다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가 선도적으로 통신 요금을 인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가제 폐지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시장 지배력을 고착화 하기 위한 요금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며 "망내 무료 요금제, 유·무선 또는 무·무선 결합 서비스 등은 SK텔레콤이 시장 지배력이 있는 무선을 바탕으로 구조적으로 후발 사업자를 경쟁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선발 사업자는 네트워크 품질, 서비스 진화, 브랜드 인지도 등을 통한 서비스 마케팅 위주로, 후발사업자는 요금, 새로운 서비스 등의 마케팅 위주로 승부해야 한다.

미국 T모바일은 지난해 3월, 스프린트는 7월 각각 LTE(롱텀에볼루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그러나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2위 사업자 AT&T는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기보다 가입자 유지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1위 사업자는 후발 사업자가 출시한 요금제를 당일에 베끼는 전략까지 취한 적이 있다"며 "인가제 폐지보다 선발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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