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의 사치'로 불리는 디저트가 전성기를 맞았다. 백화점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디저트 업체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유명 디저트 업체 입점으로 집객 및 연관 구매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경닷컴]은 주요 백화점의 디저트 담당 바이어를 만나 대표 신규 브랜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군산의 명물 '이성당'은 뛰어난 맛과 최고(最古) 빵집이란 스토리를 갖췄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잠실점에 영업면적 270㎡(81평)짜리 매장을 내주면서 단독 유치에 성공했죠.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황슬기 롯데백화점 식품MD팀 선임상품기획자(CMD)는 "롯데백화점은 지역 유명 빵집을 유치해 대표 매장으로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당은 1920년 일본인이 세운 화과자점 이즈모야를 1945년 이석우 씨가 인수해 이름을 바꿨다. 3대째 대를 이어온 군산의 대표 명물이다.
대표 제품은 팥 앙금이 꽉 찬 쌀가루 반죽 단팥빵과 야채샐러드를 담은 야채빵. 군산 본점에는 '빵투어' 방문객이 몰리면서 연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본점에 팝업스토어를 유치한 뒤 올 5월 잠실점에 대형 매장을 냈다. 군산 본점을 제외하면 첫 외부 매장이다.
이성당 입점에 대해 황 CMD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롯데백화점이 유치에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팝업 매장을 열기 위해 당시 담당자는 군산을 30번 가량 오가며 김현주 이성당 사장을 설득했다. 이성당은 프랑스 로터리 특수 오븐을 예정보다 앞당겨 인수하고 제품 포장을 바꾸는 성의를 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팝업스토어가 열린 일주일 동안 매출 2억4000만 원이란 기록을 세웠다. 하루에 단팥빵만 1만2000개 팔렸다. 빵을 사기 위해 3시간씩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팝업스토어 성공에 고무된 롯데백화점은 내친 김에 고정 입점을 추진했으나 성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장이 늘어나면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이성당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최고(最古) 빵집의 위상을 높이고 군산을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꾸준히 김현주 사장을 설득했다. 이성당은 100억 원 대 자금을 전격 투자해 롯데백화점 매장용 생지 공장을 준공, 군산의 '빵 맛'을 내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270㎡의 널찍한 공간을 이성당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매장과 자체 주방을 함께 갖춘 '풀베이커리(full bakery)'로 구성했다. 인테리어는 전통이 깊은 이성당을 세련되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현대적으로 기획했다. 제작과정을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오픈주방을 마련해 청결성을 강조하고 고객들에게 보는 즐거움도 제공했다.
이성당 입점에 한층 완벽을 기하기 위해 황 CMD는 매장을 열기 전 마지막 한달을 군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런 노력은 매출로 직결됐다.
황 CMD는 "5일 개장을 했으나 5월 매출이 목표치를 돌파했다" 며 "6월에는 목표 매출의 1.2~1.5배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역 명장으로 이름난 빵집 유치와 성공적인 운영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부산 빵집 '옵스'의 경우 롯데백화점 울산점에 이어 부산 광복점에 입점시켜 지역 식품관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에도 매장을 열어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롯데백화점은 광주 '베비에르', 인천 '안스베이커리' 등 지역 유명 브랜드를 잇따라 유치해 '윈윈'하는 성과를 올렸다. 다음달 개장 예정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경우 대한민국 제과명장인 김영모 씨의 '김영모 과자점'을 연다.
황 CMD는 "지역 1등 빵집을 백화점에 유치하면 지역 대표성과 유입 인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며 "토종 명장분들은 장인정신을 갖춘 분들이어서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새 먹거리와 해외 브랜드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의 1대 초콜렛 마스터로 불리는 정영택 쇼콜라티에의 초콜렛 및 디저트 전문 브랜드 '제이브라운'도 백화점 중 가장 먼저 입점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케이크를 사는 사진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 '주니어스'도 국내에 가장 먼저 들여왔다.
황 CMD는 2004년 입사한 후 줄곧 식품부문에서 일하면서 디저트 시장의 규모와 백화점 내 입지가 달라진 점을 실감하고 있다. 백화점들도 맛있는 디저트 점의 집객 효과를 인정해 문턱을 낮추고 대우해주는 시대가 됐다는 것.
그는 "이제 프랜차이즈의 시대를 지나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은 빵집'의 가치를 알아주는 시기가 왔다" 며 "입점 소상공인들이 성공해야 백화점도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빵집과는 달리 백화점 식품관은 각 브랜드들이 한 곳에 모여 경합하는 격전지"라며 "맛뿐만 아니라 겉보기에도 좋은 상품,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제품을 개선될 수 있도록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 MD는 일주일의 절반은 입점 유치와 성과 보고를 위해 전국구로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고 설득하는 일상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어려움도 많지만 빵을 사랑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름난 파티쉐 분들을 직접 만나 팬심(心)을 채우며 기쁘게 일하고 있다" 며 "제빵업계 장인들을 만나 인간적으로 여러가지를 느끼고 배우는 점도 많아 보람있다"며 밝게 웃었다.
글=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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