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장논리로 풀어야 할 자학적 출자규제

입력 2014-06-19 21:28   수정 2014-06-20 05:32

대기업 투자여력 말리는 출자정리
해외 투기자본에만 이익 안길 뿐
가혹한 상속세도 성장동력 훼손해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시장가치가 똑같이 100인 주식을 보유한 기업 셋이 있다. A는 10에 취득해 대박, B는 500을 투자해 쪽박, C는 본전이다. 계속 보유하면 시장가치가 똑같지만 매각할 경우 부과될 세금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법인세율이 30%라면 A는 처분이익 90의 30%인 27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73을 챙긴다. B는 처분손실 400을 다른 과세소득과 상계함으로써 세금 120을 줄일 수 있어 매각대금과 합하면 220을 얻는 셈이다. C는 본전이어서 세금이 없기 때문에 100을 그대로 챙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처럼 주가가 치솟은 경우 출자구조를 조금만 바꿔도 세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계열사 주식이 동반 하락한 부실그룹의 경우 출자정리 과정에서 매각손실이 실현돼 세금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출자정리에 비해 우량기업은 우물쭈물 시간을 끄는 이유가 있다.

상속세도 무겁다. 경영성적이 좋아 주가가 폭등하면 세금부담은 누진적으로 늘어난다. 비상장주식의 경우는 상속개시일로부터 3년 전까지의 가중평균손익을 이자율로 나눈 순손익가치를 중심으로 과세가액을 정한다. 저금리로 분모인 이자율이 계속 낮아졌고 그 결과 과세가액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2세 경영인이 열심히 노력해 이익을 더 얻으면 상속세는 증가된 이익의 2배 이상 늘어난다. 장사를 망칠 경우 잃은 돈보다 줄어드는 상속세 금액이 더 많다. 정말 웃기는 구조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명분으로 최대주주 보유분은 30%까지 할증하는데 이 경우 실제 세금부담은 65%까지 치솟는다. 최대주주는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이익을 더 챙긴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공정거래법과 일감몰아주기 관련 세법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모순적 전제다. 단독주주 혼자서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경우에도 할증평가를 적용하는데 이는 자기 것을 자기가 착취한다는 말도 아닌 억지다. 중소기업 주식은 201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할증평가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할증평가의 빈약한 과세논리를 한시적 특례조치로 감추기보다는 폐지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이건희 회장 건강문제로 삼성그룹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삼성은 오는 7월24일부터 개시되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도 신경 쓰이고 변덕스러운 지주회사 규제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지주회사를 중간에 설치할 목적으로 계열사 간 보유주식 매각과 자사주 처분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각차익에 따른 법인세가 엄청날 것이다.

계열사 간 주식거래는 연결재무제표 논리로 보면 이익을 계상할 성질이 아니다. 공연히 법인세만 앞당겨 납부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악재다. 출자규제에 쫓기다 보니 자금은 허비되고 투자여력은 쪼그라든다. 청년 구직자의 대기업 선호도는 치솟는데 투자여력 위축으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은 약화되고 있다.

해외펀드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났다. 이 회장 건강문제가 알려진 지난 5월부터 삼성그룹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경영권 분란을 기대하면서 주식 매집에 나선 것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부 계열사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싼값에 샀다가 싸움이 생기면 비싸게 팔아치울 속셈이다. SK주식을 매집해 대박을 챙기고 떠난 소버린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른다.

해외펀드에는 대박을 떠안기면서 우리 대기업의 투자여력을 고갈시키는 자학적 출자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이 효율성 높은 방향으로 출자구조를 개선할 유인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논리로 풀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면 해외펀드가 대박을 챙길 기회는 늘어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억지로 덧씌우는 가혹한 상속세도 투자의욕과 성장동력을 망가뜨릴 장해물이다.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일자리를 늘릴 수 없고, 생애 첫 직장을 찾아 헤매는 청년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길이 없다. 일자리 창출을 최상위 목표로 세우고 상속세제와 대기업 출자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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