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화가들이 붓으로 그린 경제현실

입력 2014-06-19 21:36   수정 2014-06-20 04:35

그림 속 경제학 /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 376쪽 / 1만6500원


[ 정석범 기자 ] 인상주의 회화의 명작인 모네의 ‘생 라자르 역’은 파리의 기차역 플랫폼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증기기관차의 순간적인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관객은 빛에 비친 대상의 순간적 인상을 빠른 붓 터치로 재현한 화가의 새로운 표현 방식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속도를 찬미한 자본주의의 시각적 찬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림 속 경제학》은 예술적으로만 접근했던 명화가 특정한 사회·경제적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서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는 경제학을 매개로 사회와 예술의 숨은 연결고리를 찾아나간다.

중세 말의 화가 조토의 ‘성전에서 환전상을 몰아내는 그리스도’(1304~1306)에서는 유대인들이 성전에 비둘기 한 쌍을 의무적으로 바쳐야 하는 관행을 악용해 상인들이 독점과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부패의 고리를 읽어낸다.

‘엘리자베스 1세의 아르마다의 초상화’에서는 16세기 대항해시대 영국의 자신감을 확인한다. 그림에서 여왕은 손으로 지구본의 아메리카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국제무역에 눈뜬 절대군주들이 중상주의로 나아간 당대의 현실을 암시한다고 봤다. 프랑스 재무장관 콜베르가 제창한 중상주의는 수출과 보호무역을 중시했다며 ‘수출입국’의 구호 아래 무역 흑자에 목숨을 걸었던 한국의 과거 신중상주의로 논의를 확장해 나간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빛, 증기, 속도’에서는 빗줄기와 안개를 뚫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증기기관차를 통해 속도를 중시한 산업혁명 이후 근대사회를 곱씹어본다. 저자는 속도 중시가 제품 생산에서 분업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며 애덤 스미스의 고전경제학 이론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분업의 토양인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 스미스의 학설이 자본주의 시대를 열었고 그 정신은 오늘날 신자유주의로까지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명화 속에 숨겨진 경제학 코드를 꼼꼼히 짚어내고 그것을 당대의 경제학 이론과 연결시켜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경제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저자답게 예술작품과 경제 현실의 맥락을 통섭의 관점에서 정확히 짚은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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