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사리 손에 펜 대신 쥐어진 총

입력 2014-06-19 21:37   수정 2014-06-20 04:36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 / 미리엄 데노브 지음 /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392쪽 / 2만2000원


[ 김인선 기자 ] “매일같이 살인을 목격하면서 다들 살인에 익숙해졌어요. 시간이 지나자 폭력이 저의 일부가 됐어요.”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 》은 아프리카의 서부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소년병이 된 아동들의 삶과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시에라리온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다이아몬드,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광물 수출과 관련된 정부 관료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자 1991년 군장교 출신 포다이 산코가 혁명연합전선(RUF)을 결성해 11년간 내전을 벌였다.

RUF는 소년 소녀들을 납치해 전쟁터로 보냈다. 소년병들은 민간인들을 무참히 죽일수록 더 많이 보상받았고, 더 높이 진급했다. 한 소년병은 “사람들 팔다리를 자르고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면 진급할 수 있었어요. 저는 지휘관이 돼 아이들 50명을 거느렸어요”라고 말했다.

내전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은 폭력과 학대의 고통스러운 기억, 분노, 우울, 불안 등에 시달렸다. RUF에서 탈출해 가족과 재결합한 뒤에도 여전히 자신을 RUF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는 “아동이 폭력에 가담하고 벗어나는 복잡한 여정은 전 세계의 광범위한 구조와 행위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관심을 촉구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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