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평가 통해 건강한 기업을

입력 2014-06-20 07:00  

경영학 카페

화합 강조하는 한국문화에서 동료평가는 왜곡 가능성 크지만
직원 계발 위한 피드백 위해 도입하면 긍정적 측면 많아



사회 전반에 수평적 의사소통이 늘어나면서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수평적 의사소통 방식의 일환으로 동료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동료평가제도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필연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직원들이 동료이자 동시에 평가자가 되기 때문에 역할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동료평가 결과가 상대평가에 의한 보상의 차등으로 이어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동료 간 갈등을 피하고픈 직원들은 평가 점수를 모두 동일하게 맞추거나 스스로 순번을 정해 우수 점수를 몰아주는 등의 왜곡을 만들기도 한다. 규제기관과 피규제기업 간 유착으로 수백명이 죽는 인명 사고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평가자와 동료는 하나가 될 수도, 돼서도 안 되는 관계다.

동료평가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만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동료평가는 가장 좋은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상사의 눈은 피할 수 있지만 동료의 눈은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보상에 연결된 동료평가가 왜곡될 것이라 염려하는 기업이라도 직원 계발을 위한 피드백 확보 목적으로 동료평가를 도입하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형별 사례를 통해 방법을 알아보자.

첫 번째로 동료평가 결과를 특별 시상에 적용하는 경우다. 3M은 동료평가를 통해 특출한 업적을 이룬 연구원을 선출하고 우대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 과학자라는 별도의 호칭을 받은 이들은 전 세계에 170여명만 있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은 동료평가를 하더라도 왜곡이나 편법을 쓰지 않고 탁월한 업적을 낸 동료에게만 이 영예를 허락하고 있다. 일상적인 평가는 왜곡의 여지가 있지만 1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는 명예로운 상에 대해서는 직원들도 엄정한 평가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특별 시상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동료평가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두 번째로 태도평가에 적용하는 경우다. 직원의 업무실적은 상사가 평가하되 일상 모습을 아는 직원들이 서로를 태도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태도라 하면 막연하지만 기업의 핵심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재 육성’을 핵심가치라고 여기는 회사에 동료나 후배를 함부로 대하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동료와 후배의 희생 위에 고성과를 내면서 상사에게 잘 보이는 직원은 아마 동료평가에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일상의 모습을 봐온 동료들의 평가는 엄정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 연구기관은 직원들에게 본부의 발전을 위해 헌신, 양보, 배려 정도를 기준으로 동료평가를 하게 한다. 그러자 조직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세 번째로 예비 동료에 대한 자질 평가에 적용하는 경우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동료평가라기보다 채용을 위한 평가다. 유기농 식자재 유통회사 홀푸드에서는 직원들이 지원자를 면접한 뒤 그중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채용을 확정한다. 지원자와 신입사원들은 기존의 동료를 의식하고 빠르게 화합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동의해 뽑은 신입사원인 만큼 애정을 갖고 가르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의 애사심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드물기는 하지만 리더 선발용으로 적용하는 경우다. 고어텍스로 더 유명한 소재기업 고어는 직원들이 모여 자신들의 리더를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팀 리더뿐 아니라 심지어 최고경영자(CEO)도 이 방식으로 선출한다. 지금의 CEO는 2007년 직원 대표자 회의에서 선거를 통해 정해진 사람이다. 그 결과 고어의 CEO는 직원을 아끼고 염려하고, 직원들은 수평적 분위기에서 CEO와 막역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키우고 있다.

공정한 평가보다는 화합이 강조되는 한국의 문화적 정서를 감안하면 동료평가는 왜곡 가능성이 큰 제도다. 특히 근간에 대규모 안전사고를 경험하면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자는 의식이 팽배한 시점에서 동료평가는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평가 목적에 그치지 않고 피드백을 통한 개선이라는 목적으로 도입한다면 동료평가는 매우 유용한 제도다. 긍정적 피드백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교정적 피드백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오만해진다. 상사, 동료, 고객, 국민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건강한 기업과 사회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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