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제] 고령·노후화에 신음하는 공단…산업현장에 활력 되살려야

입력 2014-06-20 07:01  

40년 넘은 석유화학공단 안전사고 끊이지 않아
출산율 저하·퇴직자 증가로 인한 고령화도 문제



[ 하인식 기자 ]
19일 SK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울산석유화학공단. 점심시간인데도 공단 내 A사는 직원 10명을 1개조로 ‘5분 대기조’를 조직해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날 배정된 직원들은 술을 절대 마셔서는 안 되고 안전사고가 났을 때 공장으로 즉각 출동해야 한다. 안전사고 취약 시간인 휴일에는 임원급 1명과 부서장급 1명 등 2명이 순환근무하도록 사내 규정도 새로 만들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공단 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빚어지고 있는 새로운 공단 풍속도다.

또 다른 화학회사의 한 공장장은 “공장이 지어진 지 평균 40년이 넘다 보니 피로도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화학 공정을 멈추고 안전 진단에 나설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30%를 차지하는 울산·온산국가공단은 지금 심각한 노후병에 신음하고 있다.

○한 달 평균 3.4건 발생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는 모두 198건으로 사상자만 56명(사망 5명·부상 51명)에 이른다. 비화재성 일반사고까지 합하면 사고는 300여건, 사상자는 150여명,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서도 LS니꼬동제련 등에서 17건의 화재·폭발사고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한 달 평균 3.4건이 발생한 셈이다.

울산국가공단에는 유해화학물질 및 초대형 유류·가스 저장시설이 밀집해 작은 사고에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울산국가공단의 연간 위험물질 취급량은 1억602만t으로 전국의 29.1%를 차지한다.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초산, 황산 등 138종의 유해화학물질, 가스 등이 들어있는 초대형 저장탱크도 1700여기에 이른다.

지하에 매설된 화학관로와 가스관로, 송유관 등에 대한 통합관리도 겉돌고 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국가공단 내 시설물에 대한 실시간 안전 관리와 구난·구호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도 고령화, 산업현장 활력 잃어

작년 말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정년퇴직한 최은섭 씨(61). 퇴직금으로 울산 북구에 아기용품 전문점을 열려다 포기했다. 18만6000명의 주민이 사는 곳에 산부인과가 6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 뒤였다. 최씨는 “10년 전만 해도 젊은 근로자들로 활력이 넘쳤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조선업 발달로 일자리가 많아 지난 30~40년간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던 울산은 최근 출산율 저하와 정년퇴직자 증가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울산이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년으로 전국 평균인 26년보다 무려 11년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울산발전연구원은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른 울산의 대응 방안’ 연구를 통해 울산의 생산가능인구가 2010~2040년 사이에 26.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평균(21.3% 감소)보다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 전망대로라면 2010년 101만9000명이던 울산의 생산가능인구는 2040년에 75만1000명으로 줄어든다.

이 중심에는 울산지역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있다. 이들은 향후 10년 동안 최대 12만명이 퇴직할 전망이다. 산업현장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그만큼 경제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KIET)의 허문구 연구위원은 올해 초 ‘지역경제의 고령화 대응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울산지역 경제활력 지수는 2.19로 전국 17개 시·도 중 7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는 내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울산발전연구원은 울산의 고령층(60세 이상) 구성비가 1% 증가하면 울산의 민간 소비지출이 4718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울산의 현재 최고 소비층인 45~54세 연령 계층은 2018년까지 비율을 유지하다 꾸준히 감소해 2037년께 최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발전연구원 경제산업실의 이경우 박사는 “울산은 고령화로 생산과 소득, 소비, 성장 등 4개 부문에서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숙련된 퇴직인력의 재취업과 고령 친화적 일자리 창출, 시니어·청년 융합형 사업 발굴, 산업체 고경력 퇴직 전문인력을 활용한 중소기업 노동시장 미스매치 완화, 고령산업 육성을 토대로 한 지역 소비 활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밝혔다.

○투자유치 통한 고용창출 효과도 감소

그동안 울산이 수출 못지않게 강한 경쟁력을 발휘한 분야가 바로 기업 투자유치였다.

2011년 국내외 151개 기업으로부터 울산시 역사상 최대 기록인 2조9632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해 8033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온 게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2012년에는 투자유치 실적이 33건 4085억원에 그쳤다. 이를 통한 고용 효과도 846명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투자유치가 44건에 9조746억원으로 급상승했지만 고용 효과는 2122명으로 정체 상태를 보였다. 더욱이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10건 1290억원에 고용 효과는 93명에 불과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울산의 국내외 투자유치는 울산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6만달러가 넘는 부자도시로 끌어올린 힘의 원천이고, 울산의 숨은 경쟁력”이라며 “투자유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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