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三多)형 사고 요구로 인재 선별
고려·서강·한양대 ‘읽고 생각하고 쓰고’에 초점 맞춘다
심도 깊은 사유의 요구
여전히 전형적인 ‘삼다(三多)’ 훈련 방식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있다. 이는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고(多想), 많이 써야 한다(多作)는 점에서, 논술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바쁘디 바쁜 고3 생활 동안 이런 활동이 가능한 학생의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누적된 훈련이 없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마다 난이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서강대의 경우 전통적인 인문학적 주제를 갖고,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하는 대학이다. 기존의 까다로운 배경지식형 문제들을 걷어치우고 새롭게 내고 있는 유형들은 다소 단순하나 깊이 있는 비판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삼다(三多)에 적합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교과서 제시문의 출제 비중이 가장 적은 대학으로서, 평소의 깊이 있는 독서를 바탕으로 한 배경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평소 토론과 독서와 같은 전통적인 논술 훈련이 필요하다.
한양대 역시 시간과 분량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문제를 낸다는 점에서 이에 부합한다. 다만 한양대의 경우,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제를 달리 하거나 제시문을 좀 더 분석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새로운 유형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 유형들을 보자
2014학년도 서강대 기출-경제·경영학부
[문제 1]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를 두 개의 관점으로 나누어 요약하고, 그 중 하나의 관점을 취해 다른 관점을 현실의 사례를 들어 비판하라. (800~1000자)
2014학년도 서강대 기출-사회과학/커뮤니케이션학부
[문제1] 제시문 [가]의 주장을 요약하고. 제시문 [나], [다], [라], [마]서 논서를 찾아 [가]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800~1000자)
[해설] 올해부터 서강대는 기존 1000자, 1500자 문제를 900자 문제 2개로 바꾸고 시간 또한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였다.
2015학년도 한양대 모의논술-인문/1차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의 상황을 비판한 후, <가>와 <나>의 관점을 충족하는 미래 동물원의 조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 (1000자)
[해설] 한양대의 경우, 상위권 대학 중 거의 유일하게 난이도를 낮춘 대학이다. 실제로 시험시간조차 75분, 거기에 최저등급까지 없앴기 때문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매년 그러듯, 2차 모의논술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앞에서 언급한 고려대 역시, 문제의 맥락상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발전’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던져줬기 때문에, 애초에 이런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해본 학생들이 좀 더 여유 있게 1000자를 채울 수 있었다. 제시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함부로 답안의 방향을 구성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평소 독서와 토론과 같은 심층적인 훈련을 하지 않은 이상, 쉽게 대비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애초부터 어려웠던 문제들
성균관대나 숙명여대, 건국대는 유형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올해 발표된 성균관대 모의논술은 2008년부터 유지되고 있는 기존의 유형을 고수함으로써 고난이도 문제 행진에 동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변별력이 확보되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여전히 고급 통계 유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차별적인 요소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숙명여대의 경우, 오히려 2013학년도에 내놓았던 공통점과 차이점 유형을 빼버리고 작년 기출문제에서는 복합문제유형과 연결하기 문제유형으로 돌아섰다. 어차피 난이도의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는 콘셉트 자체는 유지한 것이다. 건국대 역시 애초에 문제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유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롭게 유형을 발표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라고 판단된다. 홍익대 역시 응시자의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높았던 문제들 때문이었는지, 오히려 난이도를 다소 낮춘 케이스다. 중앙대식의 항목별 독해 유형을 가지고 있었으나 작년부터 평범한 제시문 3개 비교 형태로 선회했다. (앞장 참고) 물론, 두 유형 모두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홍익대 입장에서는 크게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유형을 고수한 대학들
2015학년도 성균관대 모의논술
[문제 1] <제시문 1>~<제시문 5>는 ‘세계화’에 관한 견해를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서로 다른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문제 2] 아래 <자료>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활용하여 [문제 1]의 두 입장 중 한 입장을 비판하시오.
[문제 3] 자료 A와 B를 아래의 <참고 사항>에 근거하여 상세히 해석하고, 그 결과를 모두 활용하여 [문제 1]의 두 입장 중 한 입장을 옹호하시오.
[문제 4] 아래 <보기>의 현상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을 <문제 1>의 두 입장 중 오직 한 입장에 근거하여 논술하시오.
[설명] 이 형태는 2008년도부터 고정된 것이기 때문에 대비가 특별히 어렵지 않으나, 2번과 3번에서 출제되는 고급 통계가 가끔씩 학생들을 괴롭힌다. 또한, 무제한 분량이 학생들을 압박하기 때문에, 실전 대비를 위해서는 2시간 안에 3,000자에 가까운 분량을 재빠르게 써넣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4학년도 건국대 기출-인문
[문제1][가]와 [나]의 관점에서 [다]에 제시된 측정결과를 분석하시오. (501~600자)
[문제2] [가]와 [나]의 주장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의 인물 ‘사임’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901~1100자)
[설명] 이 유형은 2011년 모의로부터 고정된 형태이지만, 여전히 1번 문제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다. 통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학작품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 못지 않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2014학년도 숙명여대 기출-인문 1교시
1. <다>의 관점에서 <표 1>을 참조하여 <가>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태도와 <나>의 주장을 각각 비판하시오.(1000±100자)
2. <가>의 논지를 통해 <나>와 <다>의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에서 말하는 ‘박탈’의 의미를 논하시오. (1000±100자)
[설명] 전형적인 연결하기+복합문제유형 세트다. 숙명여대는 종종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와 제시문 3개 비교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실력 업그레이드? 여름방학이 마지막 기회다
제시문 속 문학작품 접근방식 익히고 또 익혀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문학작품 전성기
지금까지의 기사 내용이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실제로 체감난이도를 높이는 데에 가장 일조한 것은 유형의 변화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제시문 3개 비교니 공통점과 차이점 비교니 하는 것은 아직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정작 학생들에게 놀라운 사실은, 제시문에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이 잔뜩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올해 논술 전반에 있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해석도 쉽지 않겠지만, 시와 같이 상징화된 언어는 해석하기가 더욱 난감하다. 아직까지 그렇게 발표한 학교는 없지만, 고전시가라도 내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쉽게 대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어(상), 국어(하), 문학1, 문학2까지 합치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교과서의 수는 무려 58개이기 때문에 여기 나오는 모든 작품을 섭렵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시를 해석하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해석할 때는 다음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문학작품은 외연의 수가 일반적인 제시문보다 많다. 즉, 내연은 하나이겠지만, 그것을 도출하는 과정상의 복잡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다양한 외연을 모두 수용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단지 하나의 외연과 내연으로 단순히 처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을 고려하여 문제도 출제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를 해석할 때는 행마다, 연마다의 의미에 집중해서 풀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시해석의 예시 (원문과 해석)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나가는구나
철 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더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테지.
주제 : “운전자의 비인간적인 변화”
계절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우리 주변의 서민적 삶을 바라보지 못한다.
아픈 아기조차 외면하는구나.(비인간성)
필요한 것만 살펴보는구나.(자기중심적)
넌 계속 조급하구나?
쉴 새없이 더 바빠지네.(속도 종속/중독)
어떤 악조건이 생겨도
넌 차를 타고 다니겠지.
속도에 <집착>하는구나!
- 김광규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둘째, 풀이 혹은 해석에 있어 시는 스스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분명 행마다 연마다 해석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문제 의도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 문제는 문학작품 제시문 30~50%와 일반적인 텍스트 제시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를 통해 해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요구하는 방향의 해석을 어떻게 알아맞히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시어가 키워드로서 요약되어야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로, 작품이 제대로 해석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그 근거로서의 시어나 단어가 제대로 사용되어야 한다.
애초에 행이나 연이 해석된다는 것 역시 이런 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만, 이 부분에서 주의할 점은, 전체 문장을 가져왔을 경우, 표절에 해당하기 때문에 감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요약 훈련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된다. 요약은 기본적으로 재해석이기 때문이다.
아직 여름방학 남아 있다
이렇게 살펴보았을 때, 기출문제만 몇 번 풀고 시험장에 갔던 예전의 방식으로는 도무지 난이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수능 대비로 인해 좀처럼 논술에 신경쓰지 못했던 학생들도 모의논술 문제를 접하면서 전략을 좀 더 유연하게 짜둬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해설과 예시답안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지나, 왜 그렇게 답이 도출되는지, 왜 그렇게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결국 실전 시험에서는 스스로 답안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몇몇의 대학을 제외하고 기존의 유형을 그대로 판박이처럼 내주던 과거의 친절함이 사라질 것이 분명한 때에, 기출문제만 붙잡고 대비할 수 있다는 신화는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논술 대비에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우선 무엇보다 지원 대학의 대략적인 층위를 결정했다면, 그에 맞게 표적화된 대비를 해야 한다. 그 대학들이 기존에 냈던 유형들과 새롭게 제시한 유형 또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유형들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반드시 지원 대학의 문제만을 풀어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이는 ‘풀어보자’ 하고 풀 수 있는 것들이 아니므로, 당연히 그 유형의 맹아 형태, 즉 초기적 형태부터 탄탄히 밟고 올라가야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낮은 난이도부터 높은 난이도까지 유형의 난이도대로 계획을 세워 올라가는 방식의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은 학생 스스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고난이도의 문제는 대뜸 뛰어들었다고, 좀 더 오래도록 해설을 본다고 이해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출을 푼다고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기출을 풀었다고 해서 청신호가 뜨는 것도 아니다. 기출은 확실한 잣대가 되긴 하지만, 새로운 유형과 기존의 유형을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늘리는 것이 안전한 입시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비록 최소한의 기준이지만, 시험 전까지 관련된 기출문제 50개조차 채 풀지 못한다면, 그저 그날의 운을 믿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밀려오고 있다. 그렇게 문학 제시문들이 밀려오고 있다. 그리고 곧 기말고사가 끝나고, 마지막 여유시간으로서의 여름방학을 맞이할 것이다.
물론 여름방학은 사탐이나 과탐과 같이 그동안 집중하지 못했던 과목을 공략하는 기간이 맞다. 수시 논술을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인 것도 맞다. 그러므로, 어찌되었건, 수시를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올해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고, 이것이 자신의 수준과 능력에서 감당 가능한 일인지를 확인해보는 일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그리고, 이 기사를 읽고 나서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올해 출제된 모의 논술 문제를 다운받아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30분 안에 모든 문제의 답을, 그리고 그 답안 구조를 떠올릴 수 있다면 이 글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물론,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 방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용준 < S·논술 인문 대표강사 sgsgnote@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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