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개혁] 예년보다 엄격했던 공공기관 경영평가 '후폭풍'

입력 2014-06-20 20:36   수정 2014-06-21 04:11

산업기술시험원 "행정소송"…울산항만公 "세월호로 불이익"

'성과급 제로' D·E등급 기관
"복리후생 줄여야 하는데 노조와 협상 어떻게 하나"



[ 김우섭 기자 ]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억울하다”는 하소연에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반발에 이르기까지 기대치를 밑도는 등급 판정을 받은 공공기관들 사이에 납득할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A등급이 전년 16개에서 2개로 줄어들고 최하위권인 D, E 등급은 16개에서 무려 30개로 늘어나는 등 예년에 비해 등급이 추락한 기관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 정부와 주요 기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정부의 이번 평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과 감사원 감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 제품의 안전성, 성능 등을 시험평가해 인증하는 KTL은 2012년에 이어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도 D등급을 받아 기관장 해임 건의 통보를 받았다.

정부는 KTL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인건비 증가 및 전반적인 경영실적 하락 △지나치게 방대한 업무 수행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로 인해 KTL은 비정규직 인건비가 포함된 경영효율 항목 중 재무예산에서 4.99점(7점 만점)을 받았다. 전년(6.83점)보다 2점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KTL 관계자는 “업무량이 10% 이상 늘어 정규직을 채용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정원 증원을 허용해주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늘리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데 이를 우리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공공기관 평가에 참여한 한 교수는 “모든 공기업이 같은 기준으로 경영평가를 받은 상황”이라며 “KTL은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실적 등 전체적인 점수가 낮다”고 말했다.

이번에 ‘성과급 제한 등급(D, E)’을 받은 다른 공공기관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2012년도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가 이번에 C를 받은 한 대형 공기업 관계자는 “방만경영이 문제가 된 기업들은 심사위원들이 사전에 최대 등급을 ‘C등급’으로 정해 놓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평가의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억울해했다.

D등급을 받은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공공기관 정상화의 일환으로) 학자금 지원 중단 등 복리후생 감축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 성과급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돼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E 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도 “성과급 제한으로 노사협상시 사측에서 내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기관장 해임건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선박 안전분야 평가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항만공사 업무는 세월호 사건과는 큰 관련이 없는데 불이익을 받은 것 같다”고 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공공기관 평가 과정에서 일부 평가 교수들이 정부 방침에 반발해 사퇴한 것도 정부 개입 등 각종 억측을 낳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평가단 내 노사관리팀에 있던 박모 교수 등 8명은 ‘노사관리팀’을 ‘노사복리후생팀’이라고 팀명을 바꾸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사퇴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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