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어캐피털 회장 변신한 데이비스 전 英통상부장관, 은행들 꺼리는 기업에 대출
블루마운틴캐피털 CEO 맡은 JP모건 출신 펠드스타인, 자동차 할부금융사에 투자
[ 김동윤 기자 ]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를 거쳐 영국 통상부 장관을 지낸 에번 데이비스는 대형 은행의 회장 자리가 빌 때마다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코세어캐피털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기업 또는 은행이 투자를 꺼리는 분야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데이비스 회장처럼 한때 은행업이나 증권업 등의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던 베테랑들이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 분야로 옮겨 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의 손발이 묶이면서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자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루마운틴캐피털의 앤드루 펠드스타인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JP모간 출신인 그는 2003년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루마운틴캐피털을 세웠다.
보통 헤지펀드 운용사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돈을 벌지만 블루마운틴캐피털은 대출로 돈을 번다. 간혹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주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다. 리스금융 사업을 하는 나비타스리스코퍼레이션,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하는 글로벌렌딩서비스 등에 돈을 대주는 식이다. 펠드스타인 CEO는 “이런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빌 윈터스 렌쇼베이 회장은 한때 JP모간 내에서 서열 2위 자리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정부가 은행 감독 규정 개정작업을 할 때 민간 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은행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은행가의 길을 포기하고 PEF운용사인 렌쇼베이에 합류했다. 총 20억파운드 규모의 PEF를 운용 중인 이 회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기업 신용 대출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이것 역시 과거에는 은행의 고유 업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일하던 레너드 타넨바움은 2008년 피프스스트리트파이낸스를 설립하면서 그림자 금융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이 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FT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깐깐해진 규제 탓에 은행 산업의 성장성이 정체되자 은행업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은행가들이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며 “이들은 대출 비즈니스의 위험과 기회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림자 금융의 이 같은 팽창에 대해 새로운 금융위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과 비교해 그림자 금융 분야는 금융감독당국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윈터스 회장은 그러나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위축될 때 그림자 금융이 그 빈자리를 메워주지 않으면 실물 경제는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회장도 “그림자 금융의 팽창은 은행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10여년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블루마운틴캐피털 CEO 맡은 JP모건 출신 펠드스타인, 자동차 할부금융사에 투자
[ 김동윤 기자 ]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를 거쳐 영국 통상부 장관을 지낸 에번 데이비스는 대형 은행의 회장 자리가 빌 때마다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코세어캐피털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기업 또는 은행이 투자를 꺼리는 분야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데이비스 회장처럼 한때 은행업이나 증권업 등의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던 베테랑들이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 분야로 옮겨 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의 손발이 묶이면서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자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루마운틴캐피털의 앤드루 펠드스타인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JP모간 출신인 그는 2003년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루마운틴캐피털을 세웠다.
보통 헤지펀드 운용사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돈을 벌지만 블루마운틴캐피털은 대출로 돈을 번다. 간혹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주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다. 리스금융 사업을 하는 나비타스리스코퍼레이션,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하는 글로벌렌딩서비스 등에 돈을 대주는 식이다. 펠드스타인 CEO는 “이런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빌 윈터스 렌쇼베이 회장은 한때 JP모간 내에서 서열 2위 자리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정부가 은행 감독 규정 개정작업을 할 때 민간 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은행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은행가의 길을 포기하고 PEF운용사인 렌쇼베이에 합류했다. 총 20억파운드 규모의 PEF를 운용 중인 이 회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기업 신용 대출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이것 역시 과거에는 은행의 고유 업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일하던 레너드 타넨바움은 2008년 피프스스트리트파이낸스를 설립하면서 그림자 금융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이 회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FT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깐깐해진 규제 탓에 은행 산업의 성장성이 정체되자 은행업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은행가들이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며 “이들은 대출 비즈니스의 위험과 기회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림자 금융의 이 같은 팽창에 대해 새로운 금융위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과 비교해 그림자 금융 분야는 금융감독당국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윈터스 회장은 그러나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위축될 때 그림자 금융이 그 빈자리를 메워주지 않으면 실물 경제는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회장도 “그림자 금융의 팽창은 은행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10여년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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