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Style
트렌드에 신속하게 맞춰 소량으로 내놓는 한정판
구호, 인디오 전통 문양 '서머 캡슐 라인' 선보여
[ 김선주 기자 ]
‘구호 스타일’은 일종의 관용어다. 30·40대 여성용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자사 제품이 고급스럽고 독특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을 때 고유명사처럼 붙이는 수식어다. 어떤 때는 ‘청담동 스타일’로도 통한다. 17년 동안 토종 여성복 시장을 지켜 온 구호에 대중이 건넨 격려이자 훈장이다.
구호가 최근 첫 캡슐컬렉션 ‘서머 캡슐 라인’을 발표했다. 캡슐컬렉션이란 봄·여름(SS) 가을·겨울(FW) 단위의 기존 컬렉션과 달리 소량의 제품만 부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미니 컬렉션’이다. 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놓는 한정판이다.
구호의 캡슐컬렉션 주제는 ‘언커먼 트라이브(uncommon tribe)’. ‘비범한 부족’이란 뜻이다. 뭐가 비범하다는 것일까. 편집매장 비이커의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스토어 5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김현정 구호 디자인실장에게 물어봤다.
“타푸이아족, 카라이바족 등 복수의 브라질 부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남미 인디오의 전통 문양은 언뜻 원시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굉장히 현대적인 패턴이에요. 원시 부족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기존 구호 작품보다 젊은 감각으로 풀어내려고 고민하다 발견한 문양입니다. ‘스마트 시대’를 사는 현대인도 어떤 의미에서는 또 다른 부족이잖아요. 이거다 싶었죠.”
브라질 인디오가 달걀이나 돌을 장식할 때 쓰던 기하학적인 전통 문양은 레깅스, 칠부 소매 후드 카디건, 슬립온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후드 카디건(59만8000원)은 장마철에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방수 처리했다.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라 짧은 바지와 함께 입으면 경쾌해 보인다. 슬립온(29만8000원) 앞면에는 구호를 뜻하는 숫자 ‘9’를 프린트해 넣었다.
블루 브라운 블랙 색상이 적절히 배치된 또 다른 문양도 치마와 가방 등에 적용했다. 이 중 눈여겨볼 제품은 메시 소재로 만든 H라인 스커트(25만8000원)다. 허리 부분을 밴드로 처리해 입고 벗을 때 편하다. 메시는 통풍이 잘돼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에 자주 사용하는 원단이다.
브라질 전통 문양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밑단 둘레를 펀칭 디테일(미세한 구멍을 촘촘하게 뚫는 기법)로 처리한 민소매 셔츠(39만8000원)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색상은 민트 라이트그레이 두 가지다. 때로는 바지처럼, 때로는 치마처럼 입을 수 있는 퀼로트팬츠(25만8000원)도 눈길을 끈다. 색상은 블랙 네이비 베이지 세 가지다.
“6월은 패션업계에서 비수기로 통해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시즌오프 기간이라 국내 ‘노세일 브랜드’는 침체되기 쉬운 때죠.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백화점에 입점한 기존 매장의 빈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캡슐컬렉션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구호는 원래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1997년 서울 청담동에 연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정씨는 3년 뒤 패션 전문 기업인 F&F와 손잡고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출시했다. 구호가 2003년 제일모직에 인수되자 그는 제일모직에 상무보로 영입됐다.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가 유명 디자이너를 임원으로 영입한 첫 사례다.
구호의 매출은 2003년 70억원에서 지난해 86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위적이면서도 간결한 일명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을 꾸준히 표방한 결과다. 2010년 컬렉션 라인인 ‘헥사 바이 구호’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에는 파리컬렉션을 통해 프랑스에도 진출했다.
수석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겸 여성복사업부 전무였던 정씨는 지난해 11월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했다. 정씨의 빈자리는 여성복 브랜드 모리스커밍홈을 거쳐 2000년 구호에 합류한 김 실장이 대체했다. 새로운 CD를 영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김 실장을 비롯한 기존 구호 디자인팀이 구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구호 이후의 구호’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구호팀에는 저를 포함해 15명이 일하고 있어요. MD팀 디자인실 니트디자인실 액세서리디자인실 소재실로 세분화했죠. 구호가 그동안 트렌드를 받아들이되 특유의 정체성을 지켜온 것도 디자인팀의 일관된 노력 덕분입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처럼 보급판(세컨드 브랜드)을 출시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보급판은 브랜드의 정체성은 공유하되 가격대는 낮춘 일종의 ‘자매 브랜드’다. “현재는 시점이나 방식을 결정한 게 없어요. 하지만 (세컨드 브랜드를) 언젠가는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호는 현재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산하에 있다.
이번 캡슐컬렉션 제품은 20일 전국 구호 매장과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공식 쇼핑몰 패션피아(www.fashionpia.com)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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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주 기자 ]
‘구호 스타일’은 일종의 관용어다. 30·40대 여성용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자사 제품이 고급스럽고 독특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을 때 고유명사처럼 붙이는 수식어다. 어떤 때는 ‘청담동 스타일’로도 통한다. 17년 동안 토종 여성복 시장을 지켜 온 구호에 대중이 건넨 격려이자 훈장이다.
구호가 최근 첫 캡슐컬렉션 ‘서머 캡슐 라인’을 발표했다. 캡슐컬렉션이란 봄·여름(SS) 가을·겨울(FW) 단위의 기존 컬렉션과 달리 소량의 제품만 부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미니 컬렉션’이다. 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놓는 한정판이다.
구호의 캡슐컬렉션 주제는 ‘언커먼 트라이브(uncommon tribe)’. ‘비범한 부족’이란 뜻이다. 뭐가 비범하다는 것일까. 편집매장 비이커의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스토어 5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김현정 구호 디자인실장에게 물어봤다.
“타푸이아족, 카라이바족 등 복수의 브라질 부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남미 인디오의 전통 문양은 언뜻 원시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굉장히 현대적인 패턴이에요. 원시 부족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기존 구호 작품보다 젊은 감각으로 풀어내려고 고민하다 발견한 문양입니다. ‘스마트 시대’를 사는 현대인도 어떤 의미에서는 또 다른 부족이잖아요. 이거다 싶었죠.”
브라질 인디오가 달걀이나 돌을 장식할 때 쓰던 기하학적인 전통 문양은 레깅스, 칠부 소매 후드 카디건, 슬립온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후드 카디건(59만8000원)은 장마철에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방수 처리했다.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라 짧은 바지와 함께 입으면 경쾌해 보인다. 슬립온(29만8000원) 앞면에는 구호를 뜻하는 숫자 ‘9’를 프린트해 넣었다.
블루 브라운 블랙 색상이 적절히 배치된 또 다른 문양도 치마와 가방 등에 적용했다. 이 중 눈여겨볼 제품은 메시 소재로 만든 H라인 스커트(25만8000원)다. 허리 부분을 밴드로 처리해 입고 벗을 때 편하다. 메시는 통풍이 잘돼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에 자주 사용하는 원단이다.
브라질 전통 문양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밑단 둘레를 펀칭 디테일(미세한 구멍을 촘촘하게 뚫는 기법)로 처리한 민소매 셔츠(39만8000원)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색상은 민트 라이트그레이 두 가지다. 때로는 바지처럼, 때로는 치마처럼 입을 수 있는 퀼로트팬츠(25만8000원)도 눈길을 끈다. 색상은 블랙 네이비 베이지 세 가지다.
“6월은 패션업계에서 비수기로 통해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시즌오프 기간이라 국내 ‘노세일 브랜드’는 침체되기 쉬운 때죠.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백화점에 입점한 기존 매장의 빈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캡슐컬렉션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구호는 원래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1997년 서울 청담동에 연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정씨는 3년 뒤 패션 전문 기업인 F&F와 손잡고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출시했다. 구호가 2003년 제일모직에 인수되자 그는 제일모직에 상무보로 영입됐다.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가 유명 디자이너를 임원으로 영입한 첫 사례다.
구호의 매출은 2003년 70억원에서 지난해 86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위적이면서도 간결한 일명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을 꾸준히 표방한 결과다. 2010년 컬렉션 라인인 ‘헥사 바이 구호’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에는 파리컬렉션을 통해 프랑스에도 진출했다.
수석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겸 여성복사업부 전무였던 정씨는 지난해 11월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했다. 정씨의 빈자리는 여성복 브랜드 모리스커밍홈을 거쳐 2000년 구호에 합류한 김 실장이 대체했다. 새로운 CD를 영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김 실장을 비롯한 기존 구호 디자인팀이 구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구호 이후의 구호’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구호팀에는 저를 포함해 15명이 일하고 있어요. MD팀 디자인실 니트디자인실 액세서리디자인실 소재실로 세분화했죠. 구호가 그동안 트렌드를 받아들이되 특유의 정체성을 지켜온 것도 디자인팀의 일관된 노력 덕분입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처럼 보급판(세컨드 브랜드)을 출시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보급판은 브랜드의 정체성은 공유하되 가격대는 낮춘 일종의 ‘자매 브랜드’다. “현재는 시점이나 방식을 결정한 게 없어요. 하지만 (세컨드 브랜드를) 언젠가는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호는 현재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산하에 있다.
이번 캡슐컬렉션 제품은 20일 전국 구호 매장과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공식 쇼핑몰 패션피아(www.fashionpia.com)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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