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순방 도중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친일사관 논란으로 자진사퇴 압박을 받는 문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에 대해 "귀국해서 재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휴일일 22일 별다른 외부일정 없이 참모들로부터 문 후보자 사태에 대한 여론 동향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순방에 따른 여독을 풀기도 전에 정국 최대의 화두인 '문창극 카드' 논란을 놓고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문 후보자 거취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제는 박 대통령의 지명철회냐,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냐 이도 저도 아니면 제3의 '절충안'이 나오느냐가 관심사다.
일단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지명철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인사가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재보선 등을 앞두고 '인사 참사'라는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을 수 있는데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진퇴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내심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내에서 문 후보자를 변호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주요 인사들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문 후보자가 설사 인사청문회까지 가더라도 여권내 반란표 등을 감안하면 비준 가능성이 작다며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후보자가 더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자신의 문제로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 평가를 웃도는 결과가 나온 것도 문 후보자의 입지를 좁힌 상황.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친일 역사인식 논란 등에 대해 19∼20일 이틀간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도 정말 인사청문회까지 가겠다기 보다는 명예회복에 방점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후보자가 21일과 2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에 마련된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 머문 것도 거취 결정에 관한 숙고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자진사퇴' 카드를 위해서라면 이날 청와대와 문 후보자가 물밑에서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거부'한 점을 볼 때 지난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처럼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중재안'이 선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지만 지명 절차를 둘러싼 법적 하자 논란으로 4차례 본회의 상정 무산이라는 극심한 진통을 겪자, 전 후보자가 지명철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매듭지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결국 '지명철회'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을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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