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株, 더 이상 싸다고 담지 않는다

입력 2014-06-22 22:02  

2분기 영업이익 전망따라 '부익부빈익빈'

삼성전자·현대기아차 주가 하락
가파른 실적하락 전망이 밸류에이션 매력 삼켜

고평가 된 SK하이닉스·LG전자, 이익 추정치 꾸준히 늘며 주가 ↑



[ 송형석 기자 ] 2분기 실적 추정치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들의 ‘몸값’이 양극화되고 있다. 6월 들어 영업이익 추정치가 늘고 있는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제철은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반면 이익 추정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는 낙폭이 커지는 추세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 수준) 매력과 같은 요인들이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익 추정치에 따라 엇갈리는 희비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9601억원이었던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치)가 9502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원화 강세 국면의 장기화가 점쳐지면서 수출 비중이 큰 기아차 이익을 부정적으로 보는 증권사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적 우려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달 들어 기아차 주가는 7.82% 하락했다.

김진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아차의 2분기 실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도 11%가량 낮게 나올 것”이라며 이 종목의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밸류에이션 매력을 논하기에는 실적 하락폭이 지나치게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치는 더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9조80억원에서 8조6222억원으로 4% 이상 줄었다. 실적발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영업이익 추정치가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삼성전자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적 우려는 주가에도 악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6월 들어 주가가 9.22%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반대다. 6월 첫째 주 1조1116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1220억원까지 늘었고 주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2%대의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월 주가 상승률이 11.89%에 달한다. 반도체값 상승기조에 대한 믿음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LG전자도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영향으로 꾸준히 주가가 오르고 있다.

○당분간 실적 중심 장세

전문가들은 조정장에 접어들면서 이익 추정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6월 첫째 주 8.14배에서 7.59배까지 내려왔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PER은 9.12배에서 9.66배로 높아졌다. 싼 주식은 더 싸지고 비싼 주식은 더 비싸진 셈이다. 이익 추정치 조정이라는 변수만 감안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나치게 떨어졌고, SK하이닉스 주가는 과도하게 올랐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는 외국인 순매도로 대형주들이 일제히 조정받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종목별 장세가 더 강화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수급이 주가를 움직이는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바뀌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적어도 3분기 초까지는 외국인이나 기관의 수급에 힘입어 대형주들이 일제히 오르는 대세상승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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